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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많이'대 '오래'…국민연금 수익의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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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5.10.22 05:00:00

김정학 전 국민연금공단 연금상임이사
많이 짧게, 적게라도 오래…국민연금 가입자 궁금증
실제로는 적게 오래낸 게 유리
소득재분배 위한 사회안전망…국민연금의 힘은 ''시간''

[김정학 전 국민연금공단 연금상임이사]사람들을 만나면 유독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국민연금은 많이 내는 게 유리합니까, 아니면 적게라도 오래 내는 게 좋습니까.” 36년 동안 국민연금 현장에서 일하며 들은 단골 질문이다. 그만큼 국민연금은 우리 모두에게 가깝지만 동시에 어렵게 느껴지는 제도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저축이 아니다. 노후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험이다. 단순히 나를 위한 개인 재테크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노후의 위험을 나누는 제도다. 내가 낸 보험료는 지금의 어르신에게 연금으로 지급되고 훗날 또 다른 세대가 내 노후를 책임진다. 세대 간의 신뢰가 이어져야 제도가 유지된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연대의 약속이다. 그 핵심은 가입 기간과 보험료 수준 두 가지에 달려 있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꾸준히 내느냐가 연금의 크기를 좌우한다.

예를 들어보자. 월 20만원을 10년 낸 사람과 월 10만원을 20년 낸 사람 중 누가 더 유리할까. 연금액 산정의 구조를 보면 후자가 승자다. 국민연금은 단순히 낸 돈만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낸 돈과 가입 기간을 함께 반영해 연금액을 산정한다. 따라서 오래 낼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예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월 20만원을 10년 납부한 사람과 월 10만원을 20년 납부한 사람의 총 납입액은 같다. 하지만 수급액은 다르다. 후자의 연금액이 약 20% 이상 많다.

그 이유는 가입 기간이 길면 ‘소득재분배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낸 것보다 더 받는 구조를 띠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재정 논리가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의 원리다.

최근에는 이런 논의도 있었다. 18세가 되는 해, 국가가 첫 달 보험료를 대신 내주자는 제안이다. ‘18세 생애 첫 국민연금 가입 축하제’ 같은 개념이다. 소득이 없어도 자동으로 가입의 문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이후 스스로 납부를 이어가거나 중단할 수 있다. 중단해도 언젠가 소득이 생기면 다시 이어 낼 수 있다. 그 한 달의 시작이 평생 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시간의 씨앗’이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시간에서 비롯된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연금은 믿을 수 없다. 나라가 바뀌면 제도도 바뀌지 않겠나.”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는 사회적 합의로 발전한다. 국민연금 역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개편을 거치며 안정성을 키워 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개선돼온 제도다. 그 속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참여와 꾸준함이다.

연금은 정부가 주는 선물이 아니라 내가 시간을 들여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의 진짜 승자는 ‘금액’이 아니라 ‘시간’을 택한 사람이다.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오래 내는 것이 더 큰 보상을 가져온다. 10년을 성실히 낸 사람보다 20년을 묵묵히 이어온 사람이 더 큰 연금, 더 큰 안정감을 얻는다. 연금은 속도의 싸움이 아니라 지속의 싸움이다.

미국의 투자자 워런 버핏은 이런 말을 했다. “시간은 훌륭한 기업의 친구이자 평범한 투자자의 가장 큰 자산이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짧은 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긴 시간의 복리를 신뢰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가 보장하는 장기 복리의 힘, 그것이 국민연금의 본질이다.

이제 묻고 싶다. 우리는 국민연금을 ‘세금처럼 억지로 내는 돈’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멀고 불확실한 제도’로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국민연금은 멀리 있는 미래가 아니라 오늘 내가 쌓는 내일의 안전망이다. 누가 더 많이 냈느냐보다 누가 더 오래 믿고 참여했느냐가 결국 승부를 가른다.

많이 대 오래. 국민연금의 진짜 수익자는 바로 그 시간의 힘을 믿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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