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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설계에는 유망한 벤처기업을 대한민국의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 특히 한국 시장을 저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중요하게 언급됐다. 코스닥과 회수 시장을 활성화해 쿠팡 사례처럼 국내에서 성장한 유망 기업이 나스닥 등 외국 증시로 빠지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다.
국민성장펀드 규모를 본래 100조원 규모에서 150조원 규모로 늘렸듯 내년 모태펀드 예산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될 예정이다. 중기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1조 1000억원으로 확대 공급하고 그중 50%(5500억원)는 AI·딥테크 분야에 투자하는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사업에 배정키로 했다.
2020년 투자 호황기 당시에도 성공하지 못한 ‘옥석 가리기’에도 집중한다. 중기부의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도 기업당 평균 100억원 이상 투자하는 걸 골자로 한다. 정부 주도로 투자가 이뤄지면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겠다는 명분으로 나눠주기식 투자로 갈 우려가 크다. 이 같은 우려를 한 층 벗겨 내고 유망 기업에 집중하겠다는 게 현 정부의 목표다.
투자시장의 정부 의존성도 덜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벤처투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는다. 민간 중심으로 돈이 돌아야 진정한 투자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생각 아래 이미 민간 중심 투자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벤처펀드 출자자 현황을 보면 전체 출자자 중 모태펀드, 성장금융 등 정책금융 비중은 16.5%로 5078억원 규모였다. 이는 전년 동기(5920억원) 대비 14.2% 줄어든 수치로 민간 출자자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바이오, AI 등 모험성이 짙은 분야의 스타트업도 투자 유동성이 커질 거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이 같은 방향을 반기고 있다. 모험 분야의 벤처 업계에서는 임기가 5년이라는 정권 특성상 정권 안에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의 적극적 의지로 전체 시장의 투자 유동성이 높아지면 결국 낙수 효과가 일어나 모험 분야에도 자금이 흘러들어올 것이라는 게 모험 스타트업들의 기대감이다.
남은 과제는 민간의 협조와 세밀한 정책 설계 및 실행이다. 진짜 유망한 혁신 기업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잘 살펴야 한다. 일례로 네이버의 사내 벤처투자조직(CVC) ‘D2SF’ 투자를 받은 기업은 네이버 대표 출신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중기부 장관직을 꿰차자 해당 부처에서 지원하는 대기업·스타트업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에 네이버가 소극적으로 임한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D2SF 투자를 받은 한 AI 스타트업 대표 A씨는 “(문체부 산하기관의) 70억원 짜리 지원사업에 네이버와 컨소시엄 형태로 지원하고 싶었다. 하지만 네이버 측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싫다고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나 사업 선정을 위해)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매출나 순이익이 주요 지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평가 전문가 역량을 길러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유망한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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