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계약' 논란 아쉽지만…합작법인을 기회로 삼아야

정두리 기자I 2025.09.03 05:05:00

"한·미 원전 합의 굴욕 논란 있지만,
단순 지재권 문제 아닌 외교 이슈…
아쉬움 있지만, 美 진출 기회 삼아야"

[이데일리 김형욱 정두리 기자] 전문가들은 ‘굴욕 계약’이라고까지 평가 받는 지난 1월 한국전력(015760)공사·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의 지식재산권 분쟁 합의 결과와 관련, 아쉬운 점이 있지만 외교적 측면으로 접근해 실익을 따져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미국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해당 계약을 문제 삼기보다 미국과의 동맹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미국 보글 원전 1~4호기 전경. (사진=조지아파워 홈페이지)
최근 공개된 한·미간 지재권 합의 내용에 한국 원전의 미주·유럽 시장 단독 진출이 막히고, 원전 1기당 2억달러(2400억원)의 기술사용료를 내야 하는 조항이 담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체코를 비롯한 여러 원전 산업의 수익이 기대했던 것보다 적을 수밖에 없는데다 앞으로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K-원전은 1997년 WEC의 전신인 컨버스천 엔지니어링(CE)으로부터 10년간 3000만달러(약 420억원)에 기술을 이전받아 한국형 모델인 OPR-1000을 만들었다. 또 독자 기술을 반영한 APR1400으로 발전시켰다. 자신감이 붙은 한국은 이후 독자 수출 가능론을 펼쳐 왔다.

WEC는 그러나 한수원의 폴란드·체코 원전 수주전이 한창인 지난 2022년 미국 법원에서 지재권 분쟁 소송을 냈고, 이는 법적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올 1월 합의로 종결됐다.

한전·한수원이 원전을 수출하려면 WEC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점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한국이 CE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을 당시 그 전제 조건으로 미국 당국의 수출통제법을 따르기로 했고, 이는 미국 자국법인 만큼 자국 기업인 WEC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었다.

세세한 합의 과정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오히려 이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역시 “합의를 하더라도 조금 더 나은 조건에 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이미 합의가 이뤄진 만큼 현실적으론 미국을 중심으로 커지는 원전 시장에서 기회를 잡는 계기로 삼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당 계약과 상관 없이 미국 시장 공동진출을 위합 합작법인 설립 과정에서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원전 건설 등과 관련해서 한국이 갖춘 경쟁력을 고려할 대, 지재권 계약과 상관 없이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미간 비공개 지재권 분쟁 합의 노출로 한전·한수원은 다급해지고 WEC는 주가가 오른 상황”이라며 “그러나 미국 원전업계도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역시 “누가 주도권을 잡고 역할 분담을 할 것이냐는 복잡한 조율 과정이 필요한 때”라며 “WEC의 필요에 의해 우리가 협조하는 모양새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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