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태양광산업 지배하는 중국…자국 기업들은 위기

방성훈 기자I 2024.07.28 13:39:53

과잉생산에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연쇄 타격
패널값 폭락·주가 반토막…공장 운영 축소 및 대량해고
"초기 성장 동력원이었던 보조금이 毒 되고 있어"
산업 통합 촉구에도 정부 지원 지속…"공장 더 짓는중"
美·유럽 무역장벽↑…“보조금·과잉생산이 경쟁 해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전 세계 태양광 에너지 산업을 지배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과잉생산으로 패널 가격이 폭락하는 등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산업 초기 성장 동력원이었던 정부 보조금이 현재는 과잉 생산·경쟁을 촉발하는 독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중국 동부 장쑤성 화이안의 한 공장에서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AFP)


◇패널 값 폭락·주가 반토막…공장 50~60%만 가동

28일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태양광 산업협회(CPIA)의 왕보화 회장은 지난 25일 저장성에서 열린 태양광 콘퍼런스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금융기관, 기업이 합심해 태양광 산업 통합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력 촉구했다. 공급 과잉으로 태양광 패널 가격이 폭락하는 등 기업들이 심각한 재정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자동차 업계와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은 2008년 이후 15년 동안 글로벌 태양광 에너지 시장을 지배해 왔다. 정부의 보조금 및 대출 지원 덕분이다.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생산 비용과 가격을 낮추고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현재 글로벌 태양광 패널 시장의 80% 이상을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 패널을 제조하기 위한 장비도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의 공급망이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중국 내부적으로는 경쟁 심화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태양광 패널 가격이 지난해 반토막 난 데 이어 올해 25% 추가 하락한 탓이다. 중국 최대 태양광 업체 중 두 곳인 론지그린에너지와 통웨이는 올해 상반기 10억달러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을 포함해 최소 7개 대기업이 올 상반기 대규모 손실을 보고할 것으로 관측된다. 태양광 패널 및 기타장비를 생산하는 5대 제조업체의 주가는 지난 1년간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대기업들의 손실은 중소기업들에도 연쇄 타격을 입히고 있다. 현재 중국 내 태양광 공장의 전체 생산 용량은 전 세계 수요의 두 배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이에 대다수 공장의 가동이 100%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장 직원도 지난 수년간 수천 명이 해고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위기에 휩싸인 지방정부는 보조금을 삭감하거나 끊고 있다. 일부 기업은 끝내 사업을 포기했고, 현금이 부족해 공장 직원들에게 1년 동안 무급휴가를 주거나 급여를 30% 삭감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왕 회장은 윈저우에서 열린 또 다른 콘퍼런스에서 “태양광 기업들은 심각한 현금흐름 문제를 겪고 있다. 대출 상환이나 납품도 미루고 있다”며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와 모듈 제조업체는 전체 생산 능력의 50~60%만 운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업들의 열악한 재정은 품질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신속한 산업 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과잉공급 우려에도 중국 정부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이달 태양광 기업이 공장을 짓거나 확장하는 데 필요한 돈의 70%를 빌릴 수 있다는 내용의 초안 규칙을 발표했다. 기존 80%에서 10%포인트 축소한 것이지만, 태양광 산업 컨설턴트인 프랭크 하우그위츠는 “과잉생산 능력을 줄이기엔 너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태양광 발전을 포함한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10년 전 파산했다가 정부 도움으로 운영을 재개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신문은 “중국의 태양광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 정책으로 비용을 크게 밑도는 수준까지 가격을 낮춰가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심지어 더 많은 공장을 짓고 있다”고 꼬집었다.

◇美·유럽 무역장벽 높여…“보조금·과잉생산이 경쟁 해쳐”

해외 수출이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미국과 유럽은 중국산 제품이 자국 시장을 어지럽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의 보조금 및 이에 따른 과잉생산을 문제 삼으면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만료된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중국산 태양광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관세를 다시 발효시켰다. 제3국을 통한 중국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은 중국 기업이 정부 보조금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 공공 조달 프로젝트에서 중국산 제품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거센 반발 및 보복 대응 우려 속에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프로그램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가 집권에 성공하면 미중 무역갈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는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에너지원이 석유·가스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함에 따라 미국은 지정학적 라이벌인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막기 위해 필사적이지만, 중국은 이미 산업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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