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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 오른 줄 알았던 월급, 물가 반영하니 고작 4만원 올라
고용노동부의 7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올해 상반기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84만6000원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20만9000원(5.8%)가 올랐다. 중소기업은 14만9000원(4.6%) 증가했고, 대기업은 50만5000원(9.2%) 올랐다.
월급이 20만원 늘었으니, 연봉으로 치면 240만원이 올라 제법 임금이 증가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물가를 반영해 임금으로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임금’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상반기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 361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9000원(1.1%) 오르는 데 그쳤다. 즉 월급 20만원, 연봉 240만원이 올랐다고 생각했지만, 물가가 치솟으면서 구매력 기준으로는 월급 4만원, 연봉 48만원이 오른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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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6월 실질임금은 338만4000원이 된다. 즉, 6월에는 월급이 오른 것보다 물가가 더 올라 오히려 임금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중소기업만 떼어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소기업의 6월 명목임금은 337만1000원이지만 실질임금은 311만5000원 수준이다. 반면 대기업인 300인 이상 사업체의 실질임금은 474만7000원이다.
◇고물가에 3달 연속 실질임금 감소…“이례적이지만 한동안 지속”
이 같은 실질임금 감소 현상은 지난 4월부터 석 달 연속으로 나타났다. 4월 실질임금은 △2.0%, 5월은 △0.3%, 6월은 △1.1%로 떨어졌다. 석 달 동안 임금 인상이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임금이 줄어든 것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과거에도 명절 상여금의 지급 시기에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현상이 보이기도 하지만 한 달 정도만 유지될 뿐이다. 특히 현재 실질임금의 감소 현상은 임금 상승률이 낮지 않은데도 발생하고 있어 더 이례적이다.
원인은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상승률을 5.2%로, 내년에는 3.7%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농수산물 가격의 인상, 거리 두기 해제로 인한 수요 압력 등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높아 실질임금 상승률도 당분간 마이너스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쌓이는 불만 임금 인상 파업으로…물가상승 악순환 빠질수도
실질임금이 계속 감소하면 직장인들의 불만은 쌓일 수밖에 없다. 산업계 전반에 임금 인상을 두고 거센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미 노동계에서는 “물가보다 낮은 임금 인상은 반대한다”며 곳곳에서 대규모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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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현재 물가상승률에 따라 임금인상률을 정하면, 내년부터 임금이 오르게 된다. 오른 임금의 영향으로 내년 외식이나 여행비 등의 물가가 또 오르고 이에 맞춰 임금이 오르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높은 임금 인상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 심화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할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2020년 기준 14.2%로, 대부분 대기업 혹은 공공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교섭력이 큰 대기업 혹은 공공기관 등 1차 노동시장의 임금상승률을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등 2차 노동시장에서 따라가지 못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양극화가 심해지면 임금이나 복지 등 처우에 불만이 쌓인 근로자들이 극단적인 형태로 갈등을 표출할 가능성도 있다”며 “노사관계가 나빠지면 나빠질수록 정부의 국정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