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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학령인구 감소로 새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전 정부에서 진행한 대학기본역량진단은 폐지될 전망이다. 대신 교육부가 지정하는 부실대학 수를 늘리고, 경영난에 처한 한계 대학에는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러한 방향에서 대학기본역량진단(대학진단) 개편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진단은 신입생 충원율 등 교육 여건·성과지표를 평가, 선정된 대학에 재정 지원(올해 기준 1조1870억원)을 하기 위한 것으로 3년 주기로 교육부가 주관하는 일종의 대학 인증 평가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대학진단의 충원율 평가 비중을 높이는 방법으로 대학들의 정원감축을 유도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대학진단을 폐지하는 대신 부실대학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진단은 최소한의 교육역량을 갖춘 대학에 일반재정지원을 하는 것”이라며 “향후 엄격한 평가로 부실·한계 대학을 걸려내고 나머지 대학에 재정을 지원해도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진단을 폐지해도 부실 대학에 국고를 지원, 연명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교육부가 올해 대학진단 재평가를 통해 지난해 탈락한 인하대 등 13개교를 추가 선정하면서 전체 진단 대상(319개교) 중 인증 대학 비중은 기존 73%(233개교) 77%(246개교)로 늘었다. 하위 20% 정도만 부실대학으로 걸러내면 대학진단을 하지 않아도 재정지원 대학 수에는 별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간 대학진단 미 참여 대학도 일반재정지원에서 제재를 받아왔다.
대신 교육부 지정 부실대학(재정지원제한대학) 수는 지금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교육부가 제시한 충원율·취업률 등 7개 최저 기준 중 3~4개 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부실 대학’으로 올해는 22개교가 여기에 선정됐다. 내년에 이들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최소한도의 교육여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학에 학생 유입을 차단, 부실대학 스스로 도태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2년간 교육부가 부실대학으로 지정한 대학은 연간 18~22개교 정도다. 하지만 대학진단이 폐지될 경우 부실대학 수는 여기서 더 늘어날 수 있다. 매년 30~40개교 이상은 부실대학으로 지정해야 대학들이 충원율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학생 모집이 어려운 대학은 정원을 줄여야 충원율을 유지할 수 있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도 이런 방향에 엿보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작성한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는 ‘정부 주도의 획일적 평가를 대학의 자율 발전을 위한 재정지원·성과관리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가 주도한 대학진단을 폐지하고, 건전한 대학에는 자율적으로 발전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 실제로 장상윤 교육부차관은 최근 열린 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대학의 자율적 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대학진단을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새 정부는 부실·한계대학의 구조개혁·경영개선을 지원할 방침이다. 지금도 충원율·취업률 등을 평가,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지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 부실대학의 재정상황을 평가, 경영위기대학을 걸러내겠다는 의미다. 학생충원난이 심각해 교직원 임금까지 체불하거나 운영손실이 큰 대학이 대상이다. 이들 대학에는 정부가 경영컨설팅을 해주고 정원감축 등 구조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정부 요구대로 구조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퇴출이 불가피하다. 또 한계 대학(사학) 설립자가 학교법인을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구조개선 미 이행 대학 또는 회생이 어려운 대학은 적법절차에 따라 해산토록 하되 지역사회 내 다른 공공기능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라며 “오는 12월까지 대학진단 개편방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