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월가브리핑]뉴욕증시의 인플레이션 공포는 '현재진행형'

김정남 기자I 2021.05.10 09:06:43

고용 쇼크에 인플레이션 공포 잦아들었나
월가 기류는 'NO'…일시 충격 분석에 무게
씨티 "고용 쇼크, 인플레 더 끌어올릴 수도"
CPI 관심↑…예상치 3.6% 상회 여부 주목
"물가 높을 경우 고평가 기술주 타격 우려"
'자산 하락' 경고 브레이너드 언급도 관심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7일 오전(현지시간) 나온 미국의 4월 고용보고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월가의 비농업 신규 고용 예상치가 100만명 안팎이었는데, 4분의1 토막 수준인 26만6000명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기자도 처음 봤을 당시 눈을 의심했었지요. 시장 전망치와 실제 수치가 이렇게 차이 난 건 아마 처음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현장에 답이 있나 봅니다. 기자는 뉴욕주와 뉴저지주 일대에서 ‘NOW HIRING’ 구인 간판을 내걸고도 직원을 쉽게 찾지 못하는 이들을 더러 봤습니다. 근래 <월가브리핑>에서도 이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5월 3일자 [김정남의 월가브리핑]미국 고용 폭발, 직장 잃은 600만명 돌아온다 기사 참조>

◇‘일시적인’ 미국의 고용 쇼크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고용 쇼크는 ‘일시적’이라는데 무게가 실립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당일 고용보고서를 본 이후 브리핑에서 “나는 매우 오랫동안 (고용 관련) 데이터를 봐 왔다”며 “그게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잘 안다”고 했습니다. “한달치 데이터를 근본 추세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미국 내에는 ‘실업수당의 역설’ 문제가 심각합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많은 음식점, 술집 등의 사장들이 이 문제를 토로합니다.

바이든 정부의 추가 부양 패키지에 따라 연방정부는 현재 주당 300달러씩 추가 실업수당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 정부가 주는 실업급여가 따로 있지요. 미국 싱크탱크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BPP)에 따르면 미국 50개주의 평균 주간 실업급여는 387달러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직업이 없는 이들은 월 2748달러(687달러×4주·약 31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포브스는 “이 정도면 시간당 임금은 17.17달러”라며 “연방 최저임금의 두 배가 넘는다”고 했습니다. 굳이 일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이 때문에 몬태나주, 아칸소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은 추가 실업수당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런데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은 오는 9월 6일까지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이를 연장하자고 나오지 않는 이상 4개월 이후에는 없어질 제도입니다. 당연히 그 안에 일자리를 찾는 움직임이 대거 일어날 겁니다.

옐런 장관이 콕 집어 지적했던 육아와 가사 문제도 일시적인 요인입니다. 옐런 장관은 “불규칙한 학사 일정은 학부모들이 직장에 복귀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했는데요. 실제 이번 고용보고서를 보면, 남성보다 여성의 취업 속도가 더뎌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전역은 이번 가을학기부터는 전면 대면수업에 돌입할 게 유력합니다. 이 역시 9월이지요.

코로나19 이전의 완전 고용으로 돌아가려면, 더 채워야 할 일자리 수는 800만개 남짓으로 추정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 중 120만명은 고령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할 것으로 보고 있고요. 70만명 정도는 구직자의 실력이 고용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기술 불일치’가 나타나고 있다고 점쳤습니다. 70만명은 따로 학교 등에서 더 배우거나 기업이 제공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할 테지요.

이들 200만명을 제외한 600만명은 추후 몇 달간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온다고 봐야 합니다. 5월부터 서너달은 고용 지표가 4월처럼 들쭉날쭉 할 수 있을 테지만, 올해 안에는 고용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출처=CNBC)
◇씨티 “고용 쇼크, 인플레 더 올릴 수도”

실제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번 고용 쇼크를 두고 경제 회복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팬데믹 이후 추가 실업수당 지급 등 정책 지원이 효과적인 노동력 공급을 제약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고용보고서가 나온 당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52%대까지 떨어졌다가, 곧바로 1.58%대까지 올라섰습니다.

중요한 건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석이겠지요. 일부에서는 이번 고용 쇼크를 두고 인플레이션 공포감이 잦아들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글쎄요. 기자는 10년물 국채금리 흐름을 보듯 인플레이션 공포감은 여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파른 경제 반등에 일자리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맞춰 구직자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놀고 있는데 일할 의사가 있는 600만명을 여섯달로 나눠도 매달 100만명씩 반 년간 고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시장이 예상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점이 한두달 늦어질 수는 있겠지만, 대세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씨티그룹은 “연준의 완화 기조가 연장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더욱 상승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할 정도입니다.

이같은 노동시장 수요·공급 불일치가 뻔히 나와 있음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공격적인 재정 확대를 대안으로 삼은 것은 인플레이션 공포를 더 높이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기 회복의 갈 길이 멀다”며 추가 부양책 처리를 촉구했는데요. 바이든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부양법안 규모만 무려 4조달러(약 4400조원)에 달합니다.

“정부가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가도록 하지 않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고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매일 듣는다”(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는 공화당의 반대가 거센 탓에 어떤 식으로 법안이 처리될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어떻게든 재정 확대가 이뤄진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모든 것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얘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월가는 이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국의 4월 고용 동향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4월 CPI 상승률에 쏠린 월가의 눈

이번주 뉴욕 증시는 물가 지표를 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12일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오는데요.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을 경우 고용 쇼크는 잊혀진 채 다시 인플레이션 공포가 부상할 수 있습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월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월(2.6%)과 비교해 크게 오른 수치입니다. 연준 목표치(2.0%)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0.2% 올라, 3월(0.6%)보다 완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부크바 CIO는 “전월 대비 CPI 상승률이 0.3~0.4% 수준까지 반등한다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게 아니게 될 것”이라며 “연준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13일 나오는 생산자물가지수(PPI)를 주목할 만합니다.

CPI 수치가 유의미하게 나올 경우 증시 역시 움직일 소지가 있습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증시에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감지되고 있다”며 “성장주들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시장 수익률을 하회했다”고 했습니다. 부크바 CIO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높을 경우 금리가 올라 기술주에 역풍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외에 이번주 연준 위원들이 줄줄이 등장합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이상 11일)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 보스틱 총재, 하커 총재(이상 12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이상 13일) 등이 연달아 나옵니다.

대다수 연준 인사들은 아직 테이퍼링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반신반의하고 있지요. 연준 주요 인사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월가는 반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주 자산가치 하락 가능성을 경고한 브레이너드 이사가 무슨 말을 할지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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