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전시회라고 하지만, 현대자동차와 다양한 자동차 메이커들이 나와 자신들의 미래 콘셉트카를 선보였습니다. 모터쇼를 방불케 했습니다. 혹자는 ‘CES 모터쇼’라고까지 불렀습니다.
이들 자동차·전자 업체들이 내놓은 미래 자동차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간단히 얘기하자면 자율주행차의 성능을 뽐내는 수준에서 벗어나, 자율주행 대중화 시대를 대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자동차는 알아서 간다’라는 전제 하에 차 안에서 뭘할지를 보여주는 ‘인포테인먼트’가 대세였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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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CES에서 ‘우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IT 관련 업계 얘기를 종합해 보면 우버는 단순한 승차공유 기업의 비전을 넘어섰습니다. 이중 하나가 드론택시가 될 수 있겠죠. 도심내 교통 체증을 피해 큰 건물 사이를 다니는 드론형 모빌리티 서비스입니다.
지난해 가을 이런 서비스를 준비중이라고 했을 때, 혹자는 코웃음쳤습니다. ‘그게 가능할 일이냐’라는 것이었죠. 지금도 헬리콥터는 매우 비싼 교통 수단이기 때문이죠.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것도 고급화된 기술입니다.
그런데 CES에서 기존 모양과 다른 대형 드론이 나타났습니다. 여러 사람이 탈 수 있었습니다. 우버의 큰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는 얘기지요. 수년 안에 드론형 택시는 조만간 우리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낼 실체가 될 것입니다. 자율주행 택시는 이미 논의의 단계를 넘어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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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안타까운 뉴스가 CES 행사장에 들려왔습니다. 물론 한국 미디어 관계자들과 업체 직원들 사이에서 돈 뉴스입니다. 택시 기사님 한 분이 안타깝게 또 목숨을 끊으신 것입니다. 살기가 어렵다면서 카풀을 반대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니 ‘이젠 카풀이 힘들겠구나’라는 부정론까지 이곳 기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습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크게 돈 될 사업도 아닌데 이렇게 무리하게 밀어붙일 수 있겠느냐라는 의문입니다. 기존 사업이었던 카카오택시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지요.
사실 택시 업계가 힘든 것은 카풀 때문이 아닙니다. 지하철 등의 대체 교통재가 발달하면서 운송 분담률이 과거보다 낮아졌고, 낮은 택시 요금 탓에 기사들의 수익이 나빴던 점이 큽니다. 경기 문제도 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시작도 못한 카풀이나 승차공유 서비스가 지탄의 대상이 됐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들자면 수십년 묵은 택시 사납금 문제와 개인택시 면허 관리 등이 되겠지요. 택시 기사들은 매일 십 수만원의 사납금을 택시 업체에 내야 합니다. ICT 기술이 발달해 누가 어디로 운행을 하고 얼마의 요금을 버는지 알 수 있는 상황에서도 100년 가까이 묵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정책은 택시 업계 자본가라고 할 수 있는 택시회사와 사주에 너무나 유리한 제도입니다. 택시 카오디오 위에 붙은 미터기를 고수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앱 미터기가 설치돼 있고, 택시 기사들이 정당한 결재 시스템으로 택시요금을 받는다면 굳이 필요없는 장치이겠죠.
그래도 오죽이나 절박하셨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을까요. 수십년 택시만 운전해오신 분들 입장에서는 절박합니다. 생소하고 어색한 서비스에 자신의 생계를 맡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정부의 수수방관도 문제이긴 합니다만, 단시간에 바뀔 일은 분명 아닙니다. 택시 기사들의 표가 필요한 국회의원들이 승차공유에 제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 것입니다.
각자 이해 관계자 간에 합리적인 이유가 다들 있는 것이지요. 다만 우리 승객들이 그들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 끼지를 못하다보니, 제 목소리를 못내는 것도 있습니다.
결론으로 와 봅니다.
CES에서 봤던 콘셉트카는 10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아이폰이 나온 때가 2007년이고, 한국에 들어온 시기가 2009년입니다.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까지 한국의 통신 서비스 가입자들은 무선인터넷이 언감생심이었습니다. 텍스트로 제공되는 운세 서비스에도 몇백원의 돈이 요금으로 부과됐지요.
그런데 지금은 모바일이 우리 생활을 바꾸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없으면 못 사는 세상이 된 것이지요. 10년전 그때, 우리는 우리의 생활이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상상했을까요.
앞으로 우리가 살 10년은 이전보다 더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풀은 모빌리티 서비스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나 우버 등이 예상하는 미래에 카풀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이슈 하나에 매몰돼 다른 토론을 할 수 없습니다. 대화와 토론, 타협이 되지 않는 비성숙한 사회라는 것이지요. 이를 정치 이슈화 시키려는 특정 정치집단의 이기주의도 밉네요.
4차산업혁명이 공염불이라면, 이대로 참고 기다리다가 5차산업혁명을 기다려야할까요? 그때는 또 다를까요?
◇매주 토요일 진행해왔던 WiFi카페가 이번주로 종료합니다. 담당 기자의 출입처가 변경됐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보다 새로운 코너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