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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르헨티나 동포 23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동포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비행기로 와도 짧지 않은 거리였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왔고, 두 계절을 건너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초여름 날씨의 아르헨티나를 방문하기에 앞서 겨울 날씨의 체코를 경유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아르헨티나 동포사회 초기 개척정신 및 협동과 관련, “‘나누고, 돕고, 함께 잘사는 정신’이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국가’의 뿌리”라면서 “‘포용국가’의 비전이 바로 여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오히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실천되어 왔다는 것이 놀랍고, 고맙다”고 전했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포간담회 연설 전문
부에나스 노체스!(저녁인사)
동포 여러분, 반갑습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방문 이후
대통령으로서는 14년 만의 방문입니다.
‘까마귀라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러분도 이렇게 만나서 기쁘시죠?
최남단 ‘우수아이아’에서
먼 길을 마다않고 와주신 동포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오시지 못한 최북단 ‘후후이’ 동포들께는
아쉬운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동포사회를 위해 수고가 많으신
아르헨티나 이민청장님과 경찰청 차장님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다 같이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행기로 와도 짧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왔고, 두 계절을 건너왔습니다.
이민 1세대는 이 길을 배로 왔습니다.
1965년 8월 17일 부산항을 떠나 같은 해 10월 14일,
꼬박 두 달이 걸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습니다.
농사지을 호미와 종자, 1인당 500불 정도의 돈만 들고
5만리 길을 건너와 맨손으로 삶을 개척해 왔습니다.
그 눈물과 땀이 다 가늠되지 않습니다.
아르헨티나 한인 동포 사회가 대단한 것은
개척정신만이 아닙니다.
동포 여러분의
‘나누고, 돕고, 함께 잘사는 정신’도 놀랍습니다.
조화숙 님은 수익을 절반으로 줄여가면서
동포들에게 편물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문명근 님은 어렵게 기른 농작물을
동포들에게 절반 가격으로 판매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국에서 방송에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오늘 부인 조옥심 여사께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맨주먹으로 밭을 갈고, 집을 짓던 힘든 시절에도
‘혼자 잘살겠다’가 아니라
‘우리 동포가 함께 잘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이런 헌신과 희생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109촌을 비롯한
빈민지역 판자촌에서 시작한 아르헨티나의 한인 동포사회는
현재 아르헨티나의 중심 상권인 ‘아베쟈네다’ 상가
절반가량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올해는 김홍렬 대표께서 외국인 최초로
아르헨티나 섬유재단 회장에 선출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동포 여러분께서 보여 주신
‘나누고, 돕고, 함께 잘사는 정신’이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국가’의 뿌리입니다.
‘포용국가’의 비전이
바로 여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오히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실천되어 왔다는 것이
놀랍고, 고맙습니다.
존경하는 동포 여러분,
아르헨티나 동포가
한반도 평화를 돕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더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보좌주교로 있던 시절,
한인동포사회와 귀한 인연을 맺었습니다.
교황님께서 병원 사목을 위한 봉사자를 찾고 있을 때
한국의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이 달려와
그 역할을 기꺼이 맡았고
문한림 주교님과 동포 사회가 다리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교황님께서 제게 직접 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그 후로 한국의 수녀님들은 20년 넘게 봉사하시며
현지에서 ‘올해의 사회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특히 빈민촌의 천사 ‘세실리아 이’ 수녀님은
많은 아르헨티나인들의 존경과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 남북평화를 위해
축복과 기도를 여러 번 보내 주셨고,
여건이 되면
방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셨는데,
한인동포사회와의 깊은 인연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동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이민자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신 아르헨티나 국민들과
법률 자문, 공증업무를 적극 도와주신
‘아델라 마리아 비고띠 데 김’ 여사님을 비롯한
아르헨티나 정부 관계자들의 노고와 고마움도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하는 동포 여러분,
아르헨티나 동포 사회에 또 하나 감탄하는 것은
다른 지역과 달리,
2세, 3세들이 한국어를 매우 잘한다는 사실입니다.
몸은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마음에는 언제나 조국이 담겨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스물아홉에 아르헨티나 문화부 차관보로 발탁된 변겨레 님과
정부 요직에서 근무하는 그의 형제들은
동포사회와 조국의 국민에게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정부 공공혁신팀장으로 근무하는 변얼 님이
오늘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아르헨티나 사회에서 훌륭하게 인정받았습니다.
우리의 차세대들을 잘 키워 주신 동포 사회에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정부도 여러분의 짐을 나눠지고,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우리말 교육을 비롯한
역사·문화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또한 한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여러분들께서 더 큰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올해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정(TA)을
재개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섬유패션 대학 설립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마끄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의 신뢰를 한 차원 더 높이겠습니다.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체결하여
양국 청년들이 상대국에서
일과 문화체험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회보장협정을 체결하여 납세와 연금 혜택이
양국 간에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크신 것으로 압니다.
한인 상가 밀집지역 안전과 유통질서 확보를 위해
양국 치안 당국 간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보다 안전하게 생업에 종사하실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아르헨티나 동포사회의 ‘포용성’이
고국의 정부와 국민에게 영감을 주듯이
대한민국의 포용성장이
동포 여러분의 삶에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지만,
마음으로는 가장 가까운 친구 국가 중 하나입니다.
아르헨티나는 한국 전쟁 당시에
우리나라에 50만불 상당의 물자를 지원했습니다.
1962년 수교 이래 양국은
민주주의를 향한 닮은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아르헨티나에 ‘5월광장 어머니회’가 있듯이
한국에도 ‘민주화실천운동가족협의회’가 있고,
광주에 ‘5월 어머니회’가 있습니다.
지금 양국은 ‘21세기 공동번영을 위한 포괄적 협력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한반도 평화시대를 여는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있는 이곳 ‘부에노스아이레스’ 는
스페인어로 좋은 공기, ‘순풍’을 의미합니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도 ‘순풍’을 타고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더욱 자랑스러운 조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동포 여러분께서도 더욱 성원해 주십시오.
아르헨티나의 모든 동포 여러분의 가정에도
순풍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