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현장] 구글제국 살아남은 검색엔진 6선.."막거나 많거나"

김유성 기자I 2017.12.09 09:41:51

빙과 야후, 사실상 명맥만 유지 구글에 절대적 의존
얀덱스·세즈남, 러시아어 등 ''사용 인구 多''..최근 구글에 불리
바이두, 정부가 구글 막아준 덕분 ''쾌속 성장''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12세기 몽골제국이 유럽과 동아시아를 잇는 교역로를 열었다면 21세기 구글 제국은 전 세계를 하나의 검색망으로 묶었다. 구글은 제4차산업혁명으로 일컫는 고도화된 지식정보사회에서 최고·최대 기업이다.

구글의 위력은 이들이 가진 시장 점유율로 드러난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중반 우후죽순 생겼던 나라별 토종 검색엔진은 자취를 감췄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통계 포털 사이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브라질의 검색 질의 점유율이 95.35%(2017년 10월 기준)다. 인도가 94.55%, 스페인이 91.35%다. 정부가 나서 구글을 ‘사실상’ 몰아낸 중국(3.74%)을 제외하면 전세계인이 구글에 묻고 구글에서 답을 얻는다.

국가별 구글 검색 점유율 일부 (스태티스타 캡처)
그래도 살아남은 검색엔진이 있다면 어디를 꼽을 수 있을까. 지난 7일 네이버가 사이트 관리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개최한 ‘웹 커넥티드데이’에서 힌트가 나왔다. 네이버는 그중 하나였다.

◇명맥만 유지하는 ‘야후’, ‘빙’

네이버 검색 개발 담당자는 2017년 기준 전세계 의미있는 검색 서비스로 7개가 있다고 꼽았다. 수많은 검색엔진이 구글과의 경쟁에서 뒤지면서 도태된 것. 네이버 검색 개발 담당자는 “검색, 정말 잘하고 싶은데 어렵다”며 “전세계 의미있는 검색 서비스 몇 개 안 남았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꼽은 의미있는 검색엔진은 미국계로 구글, 빙, 야후가 있다. 각 나라의 토종 검색 엔진으로는 ‘바이두’, ‘얀덱스’, ‘세즈남’, 네이버가 있다. 이중 바이두는 중국 정부의 비호가 주효했다.

수줍은 수준이지만 전세계 2위 검색엔진은 마이크로소프트(MS) ‘빙’이다. 글로벌 조사 업체 스탯카운터(Statcounter)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빙의 시장 점유율은 2.75%다. 1위 구글의 시장점유율이 91.99%라는 점을 보면 민망한 수준이다.

빙이 두번째 검색엔진으로 ‘그나마’ 자리매김한 교두보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웹브라우저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겼지만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고 산다’라는 옛 속담이 그대로 반영된 예다.

네이버 검색 관계자는 “빙이 구글을 카피한다는 의심은 있어왔다”며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있고 이것만 있으면 똑같이 (검색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사용자가 익스플로러 상에 검색어를 입력하고 구글을 통해 받은 결과값을 마이크로소프트는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익스플로러를 통해 나오는 검색 결과를 수집하고 이를 빙 결과에 똑같이 반영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점을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글에서는 이런 점을 의심했다. 몇 개 함정을 파놓고 기다렸던 것.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딱 걸렸다고 한다. 천하의 마이크로소프트도 구글 앞에서는 한 없이 작다는 현실.

그 다음은 야후다. 1.8% 시장 점유율.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전세계 인터넷 포털을 지배한 자는 야후였다. 다음과 네이버가 시장을 뒤집기 전까지 한국인들은 야후를 통해 인터넷의 세계로 들어갔다. 일본은 여전히 야후재팬이 포털 사이트로 역할을 하고 있다.

야후는 구글 초창기 멤버였던 마리사 메이어를 영입해 시장 역전을 노렸지만, 실패로 끝났다. 네이버 측에서는 야후의 검색 결과가 빙과 구글의 결과를 혼합한 ‘나름의 결과’라고 했다. 야후나 빙 모두 구글 의 검색 결과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非영어 인구가 많거나, 정부가 막거나’..토종이 살아남는 법

토종 검색엔진도 있다. 자국 언어와 문화에 자부심 강한 나라다. 러시아, 중국이 중심이다. 언어 사용자 기준으로 변방에 속하는 한국과 체코가 특이하게 버티고 있다.

러시아는 얀덱스(Yandex)가 있다. 러시아 내 구글의 점유율은 42.07%(스탯카운터)다. 얀덱스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51%다. 구글과 경쟁하는 기업치고 준수한 편이다.

러시아어라는 자국 고유 언어와 알파벳, 1억4000만명 시장 덕에 얀덱스는 성장할 수 있었다. 구(舊)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가 수학과 과학 인재가 풍부했다는 점도 얀덱스의 고도화에 일조했다.

그러나 얀덱스의 시장 점유율은 구글의 ‘침탈’에 조금씩 잃고 있다. 올해 4월 54%였던 얀덱스의 러시아 내 검색 점유율은 한 달 사이 51.7%가 됐다. 시장 점유율이 계절과 이슈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하향 추세에 있다는 점은 부인 못할 ‘사실’이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토종 검색엔진이 있다. 바로 체코의 세즈남(Seznam)이다. 세즈남은 PC시절 자국 시장을 비교적 잘 지켜왔다. 이랬던 세즈남도 2011년 구글에 시장을 내줬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빠르게 퍼지던 시기다. 현재는 구글이 7, 세즈남이 3이다.

네이버도 토종검색엔진이다. 웹 수집과 검색 기술력에 있어 구글에 절대적으로 뒤지지만, 한국어 정보 검색에 있어서는 구글을 앞선다. 부족한 데이터를 블로그와 카페, 지식인에 모아 담고, 뉴스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시작한 덕분이다.

천하의 네이버도 모바일 시대 구글·안드로이드·유튜브 제국 앞에 ‘풍전등화’다. 스탯카운터 등 해외 조사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도 구글이 네이버를 제쳤다는 자료를 내놓고 있다. 네이버 안에서도 생존을 걱정할 정도다. 시장 환경도 불리하다. 얀덱스와 비교하면 사용자 시장은 작고(약 5000만) 정부의 규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웹브라우저 ‘웨일’을 내놓고 로봇틱스에 투자하고, AI 기술 고도화를 하는 이유도, 검색 비즈니스만으로는 온전히 살아남기 힘들다는 불안감이 반영돼 있다. 네이버 밖에 있는 사이트에 대한 검색 서비스를 강화하게 나선 점도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 남은 검색엔진은 중국의 바이두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구글과 검색 업계 ‘맞장’을 할 수 있다. 13억이 넘는 인구에 한자 언어권이라는 강점이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막는 등의 중국 정부의 비호도 있어 꾸준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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