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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업체들 “D램 이어 낸드까지 내줄 수 없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업체 중 낸드 선두주자인 웨스턴디지털은 협력관계인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 매각을 저지하는 동시에 5세대 96단 3D낸드 기술 개발을 세계 최초로 성공하는 등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애초 SK하이닉스(000660)를 포함해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의 매각 계약 최종 예정일은 지난 6월 28일이었다. 그러나 웨스턴디지털이 부정경쟁행위 방지법 위반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과 가처분 명령 등을 신청하면서 도시바 매각 계약이 7월로 연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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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얼마 전 90단 이상 5세대 3D낸드 적층(쌓아올림)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는데도, 5세대 시제품도 아닌 기술 개발을 세계 최초라고 발표한 것은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종합 1위 기업인 인텔(낸드 6위)도 최근 4세대 64단 3D낸드 기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제품을 내놓으며, 메모리 분야 시장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인텔은 1980년대 초반까지 D램 분야 시장 지배자였지만 일본의 저가 공세에 밀려 한때 메모리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그러나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가 빠르게 SSD로 전환되면서 인텔도 이 분야 시장 확대에 공을 들여, 현재 SSD에선 삼성전자와 1·2위를 다투고 있다.
또 다른 미국업체인 5위 마이크론은 4세대 3D낸드는 물론 지난해 인텔과 함께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결합한 차세대 메모리인 ‘3D크로스 포인트’를 개발, 2018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용 메모리 브랜드인 ‘크루셜’을 통해 3D낸드 기반 SSD 제품군을 확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인 ‘BX’ 라인업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電 V낸드 생산↑·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韓 주도권 잡아
미국업체들의 파상공세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 왕좌를 지키면서 생산량 증대를 통한 점유율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부터 평택 공장에서 64단 V낸드(3D낸드)를 본격 양산하고, 연말까지 전체 낸드 중 4세대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5세대 96단 V낸드 시제품 개발을 위해 ‘9-홀(Hole)’이라는 초고집적 셀 구조·공정 기술을 개발, 90단 이상 수직 적층 한계를 극복하는 원천 기술도 확보했다. 여기에 중국 최대 반도체 생산거점인 시안 공장에도 V낸드 생산라인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다양한 사업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간다는 구상이다.
한·미·일 연합의 일원으로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SK하이닉스는 3조원을 투자해 지분 15%를 확보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력을 향상시키고, 미국 스토리지업체인 씨게이트와 협업해 제품화 능력 및 판매망 확보 등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 2위인 도시바가 중화권 업체로 넘어가지 않았다는 점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에게도 호재로 볼 수 있다”며 “미국업체들의 거센 도전이 있겠지만 D램에 이어 낸드시장에서도 한국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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