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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동안 하루 평균 카드결제 건수는 956만건에서 4177만건으로 약 4배, 결제금액은 1조 520억원에서 1조 9000억으로 약 2배 증가했다. 반면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신용카드 한 건당 결제금액은 5만 5000원에서 4만 5000원으로 약 20%, 체크카드의 경우 3만 7000원에서 2만 5000원으로 약 30% 감소했다. 카드 사용이 일상화하고 결제금액은 소액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가 하면 카드 결제시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업소가 적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지하철, 국립공원, 톨게이트 등 정부가 운영하는 시설에서도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정부 스스로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시내 지하상가와 동대문 시장 등에는 ‘현금 결제만 가능’ ‘현금가 00원’등의 안내문을 내걸고 노골적으로 현금만 받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세탁소·유치원·학원 등도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곳이 적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다.
서울 논현동 지하상가에 위치한 옷가게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4·여)씨는 “애초에 현금만 받는다고 가게 앞에 써 붙여놔 카드를 내밀 엄두가 안났다. 결국 현금자동출입기(ATM)에서 돈을 뽑아 옷을 샀다”고 말했다.
가게 주인 A씨는 “세일 중인 데다 카드결제 수수료까지 나가면 남는 게 없다”며 “가뜩이나 불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결제 수단에 따라 서비스 차등을 두거나 카드결제시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음식점에서 현금으로 결제하면 음료 등을 서비스로 주거나 카드 결제시 카드수수료율보다 훨씬 높은 10%의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다.
학교 앞 복사집에서 석사 학위논문을 제본한 김모(31)씨는 “학위논문을 제본하는 비용이 수십 만원이나 하는데 현금결제를 요구했다”며 “카드로 결제할 거면 부가가치세 10%를 대신 부담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가맹점의 카드결제 거부나 카드 결제시 추가 요금 요구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여신금융업법은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 △신용카드 가맹점은 가맹점 수수료를 신용카드회원이 부담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결제 거부 및 카드결제 수수료 전가 등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가맹점에 주의·가맹취소 등의 조치를 하고 있고 가맹취소를 당하면 1년 동안 재가입할 수 없다”면서도 “카드결제 거부 등에 대한 신고가 줄지 않고 매 분기 1000건 이상 들어오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하철·톨게이트 등 공공시설도 “현금만 받아요”
서울시 산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서울시내 지하철에서는 1개월(60회)정기권을 카드로 구매 또는 충전하는 게 불가능하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신용카드 가맹 계약을 하지 않은 탓이다.
서울지하철 관계자는 “카드 결제 시스템을 갖추려면 단말기 시스템 구축·유지보수 비용이 들어 운송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객이 원하면 역무실에서 현금 영수증을 발행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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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통행구간마다 카드 결제를 허용하다 보면 서명·전표 출력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려 교통체증을 유발할 수 있어 카드 결제를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공원의 일부 사찰들은 문화재 관람료 및 주차비용을 현금으로만 받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공단에서 관리하는 시설 이용료는 카드 결제가 가능하지만 공원 내 사찰 등이 운영하는 시설은 현금만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공기관이 굳이 예외적으로 현금결제 수단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서 “해외 등의 사례를 참조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