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지속된 저(低)유가 기조에 타격을 입은 미국 셰일원유 업체들이 내년에 석유 생산량을 크게 줄이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미국 셰일 죽이기’작전이 성공한 셈이다.
미국 셰일업계는 그동안 국제유가 급락 상황 속에서도 놀랄만한 회복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가격 급락에 따른 경영악화 부담이 커지고 추가생산을 위한 시추공 숫자가 가파르게 감소해 셰일 생산에 타격을 줄 것으로 IEA는 풀이했다.
셰일 생산량의 감소는 OPEC에게는 희소식이다. OPEC 회원국은 지난해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가운데에서도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덩치가 커진 미국 셰일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셰일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사우디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뜻이다.
IEA는 “유가하락은 고비용 원유생산업체의 문을 닫게 만들고 있다”면서 “가격하락에도 점유율을 지키려는 OPEC 의도가 먹혔다”고 설명했다.
올해 원유 수요는 5년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생산량은 하루 9630배럴 수준으로 수요보다 많다. 또 선진국이 비축해놓은 원유 재고분도 내년상반기까지 줄어들지 않아 유가는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처지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예상치를 45달러와 49.50달러로 각각 낮췄다. 지난 5월 전망치는 WT가 57달러, 브렌트유가 62달러였다. IEA는 OPEC이 내년 하반기에는 산유량을 3200만배럴로 지난달(3160만배럴)보다 40만배럴 늘릴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WTI 가격은 지난 1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배럴당 1.29달러(2.81%) 하락한 44.63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