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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이성재 기자I 2012.02.08 10:2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08일자 03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이성재 기자] 고등학교 시절 한동안 무협지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대개 무협지의 스토리는 뻔하다. 주인공이 무공을 배워 원수와의 일전에서 밀리다 자신의 몸을 던져 부모의 원수를 갚는다는 그렇고 그런 얘기다. 무협지의 절정은 과감한 승부수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이다.

지난 6일 웅진그룹(웅진홀딩스(016880))이 코웨이 매각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충격이었다. 결국, 시장은 무리하게 기업을 확장해 온 웅진의 인수합병(M&A)이 윤석금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웅진(웅진코웨이(021240)) 역시 `승자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극동건설 인수 후 부동산 침체로 건설 경기가 얼어붙었고 저축은행은 정치권 비리로 얽히면서 홍역을 치렀다. 태양광사업도 유럽발 악재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윤 회장이 미래성장동력으로 내세운 `건설, 금융, 에너지`의 성장축이 모두 위기에 빠졌다.

결국 윤 회장이 꺼낸 카드는 그룹의 최고 알짜인 `코웨이 매각`. 부실로 불거진 재무건전성 회복이 최우선이란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렇지만 웅진이 살을 주고 뼈를 취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볼 문제다. 코웨이 매각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과거 두산의 구조조정을 보면 웅진과 흡사한 점을 엿볼 수 있다. 1996년 구조조정을 시작한 두산은 97년 주력기업이던 코카콜라를 팔고 98년에는 3M과 서울 을지로에 있던 두산그룹 본사 건물까지 매각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가 찾아오면서 알짜 오비맥주는 벨기에 인터브루에 50%의 지분을 매각했다. 2001년 또다시 오비맥주 45% 지분를 넘기면서 두산은 기사회생(起死回生)`에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후 전열을 가다듬은 두산은 오비맥주 매각 대금을 통해 한국중공업을 인수하고 소비재 중심의 그룹 체질을 중공업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한다.

웅진 역시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웅진의 재무상황이 시장에 알려진 것 이상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결국, 버릴것은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움켜지고 있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두산이 그랬던것 처럼 3자의 시각으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때다. 버림으로써 새로운 신 성장동력도 얻을 수 있다. 자칫 욕심을 낸다면 오히려 더 잃을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윤 회장이 결단해야 한 몫이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할 수 있을지 윤 회장의 위기 돌파 능력이 이번에도 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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