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윤경기자] 미국 증시가 기로에 놓여 있다. 최근 3개월간의 랠리를 두고 분석가들의 전망은 비슷한 비율로 엇갈리고 있다. 심지어 한 회사에서도 분석가들의 목소리는 통합되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와코비아의 자산운용사업부 에버그린인베스트먼트에서 에버그린그로스& 인컴펀드를 운용하는 월터 맥코믹은 요즘 즐겁다. 지난 3월 그는 상사의 사무실로 들어가 "주식을 사야할 때"라고 주장해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는 옳았다. 3월 11일 이후 다우존스지수는 21% 올랐고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기술주는 30% 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존 럿리지의 입장은 다르다. 에버그린테크놀러지펀드를 운용하는 그는 맥코믹과는 달리 주식투자에 리스크가 있으며 랠리는 곧 시들 것이라고 조언해 왔기 때문이다.
럿리지는 "증시가 앞서나가고 있다"면서 "바닥을 확인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 시장은 더 낮은 저점으로 내려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간의 논쟁은 올 여름 증시의 모습이 경기가 반등하느냐, 아니면 더 침체될 것인냐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시카고 소재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의 성장주 투자 담당 수석인 존 브로손은 "시장은 경제의 체온계와 같다"면서 "시장의 움직임은 기업신뢰도와 투자계획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랠리가 시들게 되면 기업들의 신뢰도가 점차적으로 떨어질 것이며 우리는 더 많은 실업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럿리지가 지난 99년 말 만든 에버그린테크놀러지펀드는 지난 3년여간의 약세장에서 좋은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 럿리지의 보수적인 선택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그의 펀드는 기술주펀드 가운데 수익률 상위 12%내에 든다.
그러나 지난 해 가을 이후 인터넷주, 통신장비주 등 그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던 주식들이 크게 오르면서 럿리지의 입장은 바뀌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그의 펀드는 1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대부분의 기술주 펀드들은 더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35년간 기술주를 분석해 왔던 럿리지는 기술주에 대해 비관적이다. 그는 "시장의 움직임이 비정상적이며 수요 반등의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심사는 편치 않다. 지난 주 그는 펀드 수익률 하락을 막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회사내 주식투자 책임자에게 불려가기도 했다.
올 초 맥코믹 역시 비슷한 압박을 받긴 했었다. 그가 보유한 주식들이 별 볼일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상사와의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체육관에서 땀을 흘려 왔다. 그는 지난 몇 달간 12Kg을 감량했으며 회사를 설득, 전략을 바꾸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WSJ은 다음 단계에서 일어날 일은 럿리지와 같은 비관론자들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비관론자들이 경쟁력 향상을 위해 시장에 뛰어들어 상승하고 있는 주식 매수의 의무감을 느끼는 것에 달려있다는 것.
럿리지는 어느 시점에서 하락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하락은 급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변동성 많은 주식들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려고 준비하고 있다.
맥코믹 역시 랠리가 곧 활력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는 있다. 그러나 그는 그보다 먼저 실질적인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