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대응을 소홀히 한 채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할 경우 폭염·폭우 등 극한 기상에 따른 물가 압력이 2051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이상 기후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리는 메시지가 각국에서 잇따르고, 피해 규모를 예측한 분석이 쏟아져 나왔지만 국내 물가에 미칠 미래 충격을 상세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이창용 총재가 지난 3월에도 “기후 변화 위협이 물가 관리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할 범국가적 과제”라며 기후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 왔다.
보고서 내용은 예사롭지 않다. 보고서는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55%포인트 오르며 이 효과가 24개월 이상 간다고 분석했다. 폭염·폭우의 영향은 더 심각하다. 폭염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은 일반 고온 구간(상위 5% 미만)에서 1년 평균 0.043%포인트에 그쳤지만 극한 고온 구간(상위 5% 이상)에서는 0.11%포인트로 2.5배 넘게 커졌다. 폭우도 일반 강수 구간에서는 물가상승 압력이 1년 평균 0.024%포인트에 머물렀으나 극한 강수 구간에서는 0.054%포인트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극한 기상은 단순한 날씨 이상 현상이 아니다. 농업 생산에 치명적 타격을 안길 뿐 아니라 피해도 단발성에 머물지 않는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여름철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지역은 생산량이 즉각 1% 줄어들었고 2년 후에도 약 1.5% 감소했다. 하버드대 경제학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고 12%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손실 규모가 무려 13조 3000억달러다.
폭염·폭우로 인한 고통은 경제적 약자들에게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상 기후로 인한 극한 기상 현상이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큰 상태라면 정부는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기후 취약부문의 생산성 및 공급 안정성 확보에 적극 나서는 한편 재난 대응 인프라 등 기후 적응 투자도 크게 늘리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 재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 최소화 노력에 정부는 물론 민간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