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 소포 다루던 우체부 실신할 만큼 독한 냄새
발효하면서 냄새 풍겨…공공장소 취식 금지 과일
지독한 냄새는 생존기법…번식 위한 야생동물 유인책
음식은 문화입니다. 문화는 상대적입니다. 평가 대상이 아니죠. 이런 터에 괴상한 음식(괴식·怪食)은 단어 자체로서 모순일 겁니다. 모순이 비롯한 배경을 함께 짚어보시지요.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요. <편집자주>
| (사진=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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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지난 6월 어느 주말, 독일 한적한 도시 슈바인푸르트 시(市)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관내 위치한 우체국에서 소포를 분류하던 직원들이 구토 증상을 호소하며 쓰러진 것이다. 개중에 여섯은 병원으로 실려갔다. 한결같이 어지럼과 메스꺼움 증상을 호소했다.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찰관과 소방관이 출동했다. 현장에서 발견한 것은 열대과일 두리안이 담긴 소포였다.
| 과일 두리안(사진=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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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서 자라는 열대과일 두리안은 과일의 황제 소리를 듣는다. 두리안을 즐기는 이들은 이 과일이 천상의 맛을 선사한다고 한다. 싱가포르에 있는 랜드마크 빌딩 `에스플러네이드` 외관이 두리안을 닮은 것은 현지인의 두리안 사랑을 대변한다. 그러나 쉬 음미를 허락하지 않는다. 두리안을 꺼리는 이들은 이 과일을 악마의 과일이라고 한다.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이유는 지독한 냄새 탓이다. 앞서 독일인 우체부들이 집단으로 쓰러진 것은 냄새 탓이었다. 혹자는 ‘휘발유 맛이 난다’고 하고, 다른 이는 ‘썩은 음식물 쓰레기 맛’이고 평한다. 날것의 암모니아를 먹는 기분이라는 표현도 있다.
냄새는 과일이 발효하면서 풍기는 것이다. 통상 낙과한 지 하루가 지나면서 발효가 시작한다. 두리안을 냄새 없이 즐기려면 최대한 싱싱한 걸 먹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아무리 날것의 두리안을 먹더라도 위장에서 소화되면서 냄새를 뿜는다고 한다. 냄새와 이 과일은 떼어놓을 수 없는 한몸이다.
어찌나 냄새가 심하던지, 공공장소에서 두리안을 먹는 걸 금지하는 곳도 여럿이다. 싱가포르에서 두리안을 갖고 지하철을 타면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동남아 현지에서 즐기는 과일이지만 웬만한 호텔에서는 먹는 걸 금지한다. 지난해 호주 캔버라 대학교에서는 교내에 전원 대피령을 내렸는데, 두리안 냄새가 퍼진 데 따른 조처였다.
|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빌딩(사진=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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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피는 망치로 쳐도 견딜 만큼 딱딱한데다가, 지압 볼을 연상시킬 만큼 삐죽한 돌기로 덮여 있다. 크게는 수십 미터까지 자라는 두리안 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에 맞아 다치는 사고가 흔하다. 주 산지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두리안 사건·사고가 뉴스거리다. 반대로 내용물은 수분 크림이 비할 정도로 부드럽다. 혹자는 바나나와 식감이 비슷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생크림 같다고 한다. 과육은 노란색이 보통이다. 지방 함량이 많아서 식후에 입가심으로 먹기에는 묵직한 편이다.
지독한 냄새는 생존기법이라고 한다. 두리안은 주로 동남아시아 밀림에서 자라는데 씨를 통해 번식한다. 야생동물의 먹이로 쓰여서 배설물과 함께 번식하는 게 일반적이다. 넓디넓은 우림에서 유인원과 코끼리 등 눈에 띄려면 이들을 유혹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강한 냄새를 자체 발산하게 됐다는 게 진화론적인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