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을 꿈꾸며 몸집 불리기에 나선 대형 증권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몸집은 불렸지만 실적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데다 초대형 IB가 출범해도 당장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만큼 수익성 제고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증권사 한 임원은 “특히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늘린 대형사들은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 관리에 큰 신경을 쓰고 있다”며 “특히 금융지주사 산하 증권사들은 더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귀뜸했다.
◇작년 저조한 성적…작년 증권업 ROE 2.5%p `뚝`
대표적 수익성지표인 ROE는 기업이 투입한 자기자본으로 경영자가 얼마 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금융감독원과 FN가이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2015년 10월~2016년 9월) 증권산업의 ROE는 전년대비 2.51%포인트 하락했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위탁매매 수익과 주식연계펀드인 주가연계증권(ELS) 이익 감소, 외환관련 손실이 지난해 수익성 하락의 주된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같은 기간 증권 일평균 거래대금이 7조4200억원으로 전년도(8.83조)에 비해 크게 줄면서 위탁매매 수수료수익이 15.3%나 줄었다. 자기매매 순이익도 지난해 2분기만 놓고 보면 ELS 손실이 반영되면서 1분기 대비 50% 감소했고 환율 변동성 증가로 외환거래 손실규모도 연간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결국 증권사들의 ROE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잠정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연결 제무제표를 분석해 보면 미래에셋대우는 당기순이익이 160억원으로 이를 평균자기자본으로 나눈 ROE는 0.3%에 불과하다. 대우증권과의 합병 추진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전년도(5.9%)에 비해 급격히 떨어진 것. 또 자본금이 4조 6390억원에 달하는 NH투자증권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362억원 규모로 ROE는 5.1% 수준에 그쳤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연결재무재표 기준 당기순이익은 1744억원으로 ROE가 전년도 7.4%에서 4.7%로 추락했다. 한국금융지주도 같은 기간 10.76%에서 8.55%(시장컨센서스 추정치)로 줄어들 전망이다.
◇초대형 IB 출범 코 앞… ROE 방어할 수 있나?
증권업계는 정부가 목표로 한 초대형IB사 출범 계획에 따라 지난해 자기자본 대폭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삼성증권, 한국투자금융, 신한금융투자, KB증권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발행어음과 외국환업무를, 8조원 이상은 IMA(종합투자계좌) 업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은행 중심의 기업 자금조달시장을 다변화시키고 아시아태평양에서 활동할 수 있는 IB 플레이어를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1월 삼성생명에 29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했고 다음달인 12월엔 3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현재 3조8000억원인 자기자본은 오는 3월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4조1200억원으로 늘어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3조1700억원에서 4조1620억원으로 확대했다. KB증권도 유상증자를 지난해 12월 시행해 자기자본을 3조8000억원에서 4조1500억원으로 늘렸다. 미래에셋대우는 대우증권과의 합병으로 국내 최대 증권사로 거듭났다. 자기자본이 6조6000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1위다. IMA업무를 따내기 위해 연내 8조원까지 자기자본을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당장 수익을 내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형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의 2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IB사업을 하더라도 올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데다,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제인 옛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지주회사 자기자본비율(BIS) 등 기존 규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부동산투자 한도 10% 제한, 은행금리상승도 운용자산을 굴리는 데 제약요소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대형증권사들이 IB와 PI 등 신사업 전환을 서두르겠지만 운용규제가 여전한데다 수익 창출에는 시간이 다소 걸려 현실적으로 ROE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한 6~7%에 그칠 것”이라며 “주주에게 받은 자본금으로 ROE 개선을 증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경영자들로선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