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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들인 지진 방송 자막 시스템, 사실상 '먹통'

김유성 기자I 2016.09.21 08:38:16

10초 안에 자막 방송 설계 돼 있지만 실제로는 십분 넘게 걸려
방통위 예산 들여 구축했지만 실제 방송사 운영은 '먹통'
유승희 의원실 "단순 상황 묘사 그쳤던 보도의 수준도 반성해야"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 12일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국내 방송사들의 늦장 대응이 지탄을 받은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구축한 자막송출시스템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발생 직후 10초 안에 방송 시청자들에 자막으로 공지되도록 설계됐으나 실제로는 10여분 넘게 걸렸다. 대피를 위한 골든타임을 한참 지난 후였다.

21일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개 주요방송사업자의 재난방송 보도 평균 시간을 분석한 결과, 기상청 지진 속보 이후 방송사들의 자막 방송까지는 평균 7분 정도 걸렸다. 12일 오후 7시45분 지진 당시 방송중 지진 발생 사실을 알리는 자막이 나오기까지 MBC의 경우는 18분, SBS는 15분이 걸렸다. JTBC는 14분, EBS는 8분이었다.

지진 자막 방송은 그나마 종합편성채널이 지상파보다 빨랐다. TV조선과 채널A가 7분, MBN 3분이었다. 보도채널인 YTN과 연합뉴스TV는 각각 6분과 5분 걸렸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가 2분이었다.

기상청이 오후 8시시34분에 발표한 지난 19일 지진 속보 시에는 SBS는 17분, MBN 9분, MBC 8분이 걸렸다. YTN 7분, EBS 6분, TV조선 4분, 채널A 2분, 연합뉴스 1분으로 나타났고 JTBC, KBS는 뉴스를 통해서 제 시간에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자막송출시스템은 지진 발생 인근 국민의 신속한 탈출 등을 돕기 위해 10초 내에 발송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주요 방송사 화면에 자막이 보이기까지 100배가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이 시스템은 지진 발생 시 각 방송사가 기상청 재난 문구를 별도 처리없이 ‘확인’ 버튼만 눌러 TV화면에 송출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방통위가 정부 예산을 들여 주요 방송 사업자 10곳을 대상으로 구축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진 당시 기상청으로부터 지진 속보를 받았지만 시스템 오류와 자막 송출을 위한 여러 확인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내 한 고위 관계자는 “방송사내 관료주의가 빠른 의사결정을 막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유승희 의원은 “지진 자막송출시스템의 오류도 큰 문제지만 주요 10개방송사업자의 재난방송 시간이 너무 늦은 것도 문제”라며 “특히 방송발전기본법 제40조는 재난 발생 시 방송법에 규정된 방송사업자들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또 “두번째 지진시 KBS가 가장 빠른 시간에 보도를 하였으나, 국가재난주관방송사로서의 역할에는 한참 못미쳤다. 단순 상황묘사에만 그쳤던 보도의 질적 수준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발생한 경주 1차 지진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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