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금융돋보기] 밴(VAN) 리베이트 관행 사라질까

김동욱 기자I 2015.06.20 14:03:06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국내 신용카드 시장은 가맹점-밴사-카드사 3각 체제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카드 시스템이 도입된 뒤부터 이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도 상당합니다.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1000원짜리 물건도 카드로 결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 밴수익 60~70%는 리베이트

카드사들은 카드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습니다. 일종의 카드결제 시스템을 제공한 대가를 받는 거죠. 밴(VAN)사는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습니다. 고객이 신용카드를 긁으면 이 카드정보를 밴사가 구축한 전산망을 통해 카드사에 전달하고 카드사는 다시 이 망을 통해 결제승인 정보를 보내주는 게 주요 업무입니다. 일종의 카드사 도우미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밴사는 이렇게 카드사와 가맹점을 연결해주고 카드결제 1건당 113원의 수수료를 카드사로부터 챙깁니다. 다른 업종만 보면 수익을 온전히 챙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수익에서 비용이 차지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인데요. 밴사는 다릅니다. 이미 구축된 망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비용은 수수료 수익의 2~3% 수준에 불과합니다. 카드 결제 1건을 대행하고 113원의 수수료를 받으면 이중 3~4원을 뺀 나머지를 모두 수익으로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밴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는 이유입니다.

당연히 밴사로선 가맹점 유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겠죠. 주요 타깃은 카드 결제건수가 많은 대형가맹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밴 시스템만 놓고 보면 사실 업체마다 우위를 가르기가 어렵습니다. 서비스 수준이 비슷비슷해 경쟁수단이 사실상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밴시장에서 널리 퍼진 게 리베이트(보상금) 관행입니다. 밴사는 ‘을’로서 몸을 한껏 낮추고 대형가맹점에 리베이트를 퍼줬습니다. 대형가맹점은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밴사에 계약을 대가로 공공연히 리베이트를 요구해왔습니다. 업계에선 밴사가 쓰는 마케팅 비용의 60~70% 이상이 리베이트로 나간 것으로 추정합니다. 수익 100원 중 60~70원은 보상금으로 뿌린다는 겁니다.

◇ 소비자와 영세가맹점 호주머니에서 나온 리베이트

문제는 대형가맹점이 가져가는 리베이트가 사실상 일반 소비자와 영세가맹점의 호주머니에서 나간다는 겁니다. 밴사는 카드결제를 대행해주고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는 대가로 국세청에서도 수수료를 받습니다. 보상을 받는 대형가맹점과 달리 영세가맹점은 리베이트를 전혀 받지 못합니다. 신용카드사들은 비싼 밴 수수료를 이유로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카드수수료를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사실상 대형가맹점에 들어가는 리베이트를 일반 소비자와 영세가맹점이 대는 구조인 셈입니다.

지난 2013년 서울지방검찰청은 5개월간 밴사업자 선정 비리를 집중 조사한 결과 밴사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유명 편의점 본사 임원과 밴사 임직원 등 43명을 기소했습니다. 당시 A편의점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총 108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밴시장이 이렇게 왜곡돼 있었던 건 감시를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금융업무를 수행하는데도 전자사업자로 분류돼 당국의 관리·감독을 안 받았던 겁니다. 그런데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되면서 앞으로는 밴사도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게 됩니다. 그동안 문제였던 리베이트 관행도 전면 금지됩니다. 이 법은 7월 21일부터 시행됩니다. 그런데 법에 허점이 많았습니다. 대형가맹점에 리베이트 제공을 금지하긴 하지만 대형가맹점을 매출 1000억원 이상 사업자로 분류해 사실상 얼마든지 법을 악용할 여지가 있는 셈입니다. 예컨대 일부 대형 가맹점이 매출 1000억원 이하의 계열사를 동원하면 얼마든지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는 거죠.

△ 2013년 검찰에 적발된 대형가맹점의 리베이트 수수 현황 (자료=서부지검)
◇ “당국 감시 더 철저하게 이뤄져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9일 여전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매출 1000억원 이하에도 리베이트를 금지하도록 하고 리베이트 금지 대상을 대형가맹점과 그 특수관계인까지 확대한 게 골자입니다. 대신 밴사가 영세가맹점엔 무료로 단말기를 보급하는 건 리베이트에서 제외했습니다. 영세가맹점이 누리는 혜택은 유지하도록 한 겁니다. 법적 허점을 상당히 메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밴 리베이트 관행이 사라질까요. 업계에선 당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10 여년 넘거 이어져 온 리베이트 관행이 갑자기 사라지긴 어렵다는 겁니다. 음성적으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건데요. 금감원은 올 하반기 대형 밴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일제 점검에 나설 예정입니다. 밴사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시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그동안 왜곡됐던 밴 시장이 바로잡힐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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