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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우린 감시대상이 아닙니다"…어린이집 교사의 하소연

문영재 기자I 2015.01.21 08:18:19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주최로 ‘보육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간담회가 열렸다. 새정치연합 전재진 보육복지위원장·남인순·장하나 의원·홍성대 복지전문위원(왼쪽부터)이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사진=강신우 기자)
[이데일리 문영재 강신우 기자] “부끄럽고 치욕스럽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욕부터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감시받을 대상은 아닙니다.”

20일 새정치민주연합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육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말이다.

최근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 폭행 사건으로, 국민적인 공분이 가시질 않고 있는 가운데 이날 간담회는 보육안전 대책 마련을 위해 열렸다. 간담회에는 어린이집 구성원인 학부모와 교사를 비롯해 국회의원, 보육정책 공무원,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모두 100여 명이 참석,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 “모든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범죄자는 아닙니다”

한 보육교사는 어린이집 아동 학대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지나가는 어머니들만 봐도 죄송스럽다. 인터넷 댓글에는 우리를 ‘쓰레기’라고 부르더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인천 어린이집 선생은 범죄자가 맞다. 그러나 모든 교사가 그런 건 아니다”라며 “언론에 보도되고 나면 정말 좋은 선생님들도 범죄자 취급을 당하기 싫어 일을 그만두는 데 그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외국은 4~5세 유아 10명씩인데, 우리는 24명씩 들어가 있다”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겨우 화장실 한번 가면서 교실 지키고 있는데 좁은 교실에서 엄청난 소음을 종일 듣는 게 일상이 됐다”고 업무를 소개했다. 이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처우나 급여보다 아이들의 수업환경·질 등 기본권을 위해 학생비율을 낮춰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교사의 인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보육교사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에 인성 관련 과목은 하나도 없다”며 “실질적으로 교사에 가장 필요한 건 인성인데, 19~20세의 여자 선생님들이 얼마나 윤리의식의 강하고 사명감이 투철하겠느냐”고 참석자들에게 반문했다. 보육교사 육성과정에서 인성교육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그는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어린이집 내부의 폐쇄회로 TV(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도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는 “처음엔 CCTV를 왜 설치하느냐, 보육교사가 감시를 받아야 하느냐며 화가 많이 났다”면서 “(그러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감시를 받아야 마땅한 직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육교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다수 어린이집에선 열정과 책임으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선생님들이 더 많다”며 “근무 중 제대로 된 점심 한번 먹지 못하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많은 교사는 가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 학부모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보육시스템 전면개편’ 한목소리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원장·교사를 믿고 영유아를 맡겼지만, 폭행 등 신체 학대와 욕하고 가두는 등의 정서 학대마저 자행되고 있다는데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CCTV 설치 의무화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교사의 일탈로 전국의 모든 보육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CCTV 설치 의무화 △아동 학대 어린이집 영구퇴출 △자질을 갖춘 보육교사 선발 △교사 1인당 맡는 유아 수 개선 △장시간(하루평균 10시간) 저임금(월평균 임금 126만 원) 처우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보육교사의 고용 지위 보장 △학부모 등 보육시설운영 참여 △보육교사 단체행동권 보장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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