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사세대의 눈물]살며 쌓인 응어리들 응사로 달랜다

김용운 기자I 2013.12.13 09:30:00

삐삐·하숙집 추억에 동료들과 웃음꽃
노래방서 015B·뱅크 부르는 신풍속도
tvN "응사 열풍 응칠 때 비해 폭발적"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들. ‘응사’라는 줄임말로 불리는 ‘응답하라1994’는 어느덧 중년이 된 40대 들에게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선사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사진=tvN)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이 고향인 회사원 박재혁(43)씨는 1990년 대학에 입학한 90학번이다. 그는 운 좋게도, 1997년 IMF가 터지기 직전 국내 대기업에 입사했다. 이후 이어진 회사 분할과 살벌한 구조조정 바람 속에서도 살아남은 백전불굴의 용사다.

박씨는 얼마 전에 모처럼 고등학교 동창회에 갔다가 마흔이 넘은 중년 아저씨들이 드라마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놀랐다.

정치문제를 두고 목소리를 높이며 다투기 일쑤이던 친구들이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얘기에는 서로 맞장구를 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친구들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90년대 풍경과 음악들에 얽힌 20대 때의 추억담을 꺼내놓기 바빴다.

경북의 시골마을이 고향인 직장인 김용현(42)씨는 최근 두 살 아래의 아내와 대화가 부쩍 늘었다. 다른 취향 때문에 아내가 TV 앞에 앉으면 휴대폰으로 다른 드라마나 야구경기 중계를 봤던 김씨는 요즘 아내와 함께 ‘응사’를 시청하며 대학시절을 회상하곤 한다.

대기업 홍보부서에서 일하는 최민희(37)씨는 최근 직장 선배들과 노래방에 갔다가 재미있는 풍경을 목격했다. 트로트를 즐겨 부르던 선배들이 ‘신인류의 사랑’, ‘가질수 없는 너’ 등 90년대 히트가요들을 줄이어 열창했다. 대부분 ‘응사’에 배경음악으로 나온 노래들이다.

지난 10월 처음 전파를 탄 ‘응사’가 케이블 채널 드라마라는 제약을 이겨내고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응사’는 9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40대 초반의 중년들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어렵고 힘들었던 사회생활을 견뎌내는 동안 잊혀졌던 20대의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학시절 사회 참여에 열심이었고, ‘X세대’로 불릴 정도로 개성과 자신감이 넘쳤다.

안미현 tvN 홍보팀 차장은 “‘응답하라 1994’의 주요 제작진이 모두 94학번 출신이고 드라마 배경이 현 시점에서 1994년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1994년 당시가 배경인 것이 지금의 40대 시청자들에게 각별하게 다가가는 것 같다”며 “40대들 사이에서 ‘응사’ 열풍은 이전의 ‘응답하라 1997’의 30대 시청자들의 반응과 비교했을 때 보다 훨씬 폭발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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