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에 '볕 드는 역외펀드'

김기훈 기자I 2013.12.01 14:00:32

환율 1050~1060원대..당분간 원화 강세 지속
역외펀드, 해외통화 투자·절세효과 이점
환리스크 관리 투자자 스스로..투자지식 습득 먼저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펀드시장에서 역외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역외펀드란 외국 자산운용사가 해외에서 만들어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환차익은 물론 절세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원화 강세기에 돋보이는 투자처로 꼽힌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050~1060원대를 오가고 있다.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1100원대에 머물던 달러-원 환율이 이처럼 하락한 것은 21개월째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계속되는 등 한국 경제의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원화가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환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다른 신흥국들과 비교해 탄탄한 만큼 당분간 달러-원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역외펀드는 달러나 엔 등 해외통화로 투자하므로 원화 강세기는 역외펀드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투자 기회다. 예컨대 달러-원 환율이 1100원대 중반을 기록할 때 달러 기반 역외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현 시점에서 환매 시 달러당 100원가량의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에서 설정돼 운용되는 만큼 투자지역과 대상이 다양하다는 점도 장점이지만 그보다 더 돋보이는 이점은 절세효과다.

역외펀드는 국내 법이 아닌 펀드가 설정된 국가의 법을 따른다. 일반 펀드의 경우 지난 1년간 발생한 이익을 매년 한 차례 결산한 뒤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게 되지만 해외법이 적용되는 역외펀드는 환매할 때만 그간의 소득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과세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비하는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

자산운용업계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선진국 증시 전망이 호전되고 있다는 점이 역외펀드의 매력을 더한다고 보고 있다.

주요 역외펀드들은 수익률도 양호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주요 역외펀드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블랙록인터내셔널이 운용하는 ‘블랙록 일본 밸류펀드 A2(JPY)’다. 일본 엔화를 기준통화로 하는 이 펀드는 올 들어 55%가 넘는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 펀드를 포함해 연초 이후 4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펀드 대부분은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미국 달러화를 기준통화로 하는 펀드로는 미국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피델리티 2020년목표펀드 A(USD-배당)’가 올 들어 22%에 가까운 수익률을 나타내며 양호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원화 강세 지속 가능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역외펀드에 대한 투자는 매력적”이라면서도 “다만 환리스크 관리와 환율 예측 등을 투자자 스스로 해야 하는 만큼 관련 투자지식을 충분히 습득한 뒤에 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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