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종합 = 연합뉴스) 24일 오후와 25일 오전 사이에 초속 20m가 넘는 돌풍성 강풍으로 밤새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울산과 부산 해상에서는 선박 수척이 좌초하고 하늘길, 뱃길도 묶여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경남 거제시에서는 양철 패널이 날려 인근 고압선을 덮치면서 일대 700여 가구가 정전으로 고통을 겪기도 했다.
◇선박 사고 = 25일 오전 1시 47분께 울산시 동구 슬도에서 2.5㎞ 떨어진 해상에서 중국 선적 4천675t급 벌크선 ‘ZHOU HANG 2호’(승선원 17명)가 안전지대로 대피하던 중 강풍에 밀려 연안에 좌초됐다.
2시 30분께는 파나마 선적 7천675t급 석유제품운반선 ‘CS CRANE호’(승선원 18명), 3시 55분께는 우리나라 석유제품운반선인 2천302t급 ‘범진 5호’(승선원 11명)도 잇따라 바람과 파도에 밀려 연안 0.5마일가량 지점에서 각각 좌초됐다.
이들 선박은 배가 연안으로 밀리는 상황에 대비해 먼바다 쪽 묘박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돌풍에 휩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경비함정 6척과 특수구조대를 투입해 선원 구조작업에 나서는 한편 만일에 있을 해양오염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사고 당시 울산 앞바다에는 초속 18∼20m의 강한 바람과 함께 3∼4m의 파도가 일었다.
또 오전 2시 30분께는 부산 남외항 태종대 앞바다를 운항하던 129t급 예인선과 5천t급 바지선이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좌초됐다.
이 사고로 예인선에 타고 있던 선원 7명의 발이 묶였으나 부산 해양경찰서가 구조대를 급파해 모두 육상으로 대피시켰다.
예인선은 바지선을 끌고 운항 중이었으나 최대 5.4m에 이르는 높은 파도와 초속 22.5m에 달하는 강풍 탓에 해안가 암초로 떠밀린 것으로 해경은 파악하고 있다.
오전 0시 40분께는 부산 5부두에서 출항하는 화물선에서 밧줄을 푸는 작업을 하던 전모(65)씨가 미끄러져 바다에 추락했다. 전씨는 병원 치료 중 숨졌다.
◇도로통제·정전 = 부산에서는 이날 자정부터 오전 2시 30분까지 초속 15m 이상의 강풍이 불면서 광안대교 상·하판이 전면 통제됐고 남항대교도 오전 2시부터 30분간 양방향 소통이 금지되기도 했다.
오전 0시50분께는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 공사 현장에 있던 양철 패널이 바람에 날려가 인근 고압선을 덮쳤다.
이 때문에 일대 700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전은 복구 인력을 현장에 보내 1시간여 만에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이어 오전 2시께에는 거가대교 접속도로의 옥포방향 진입도로에 있던 플라스틱 중앙분리대가 도로를 막아 1시간여 만에 복구됐다.
오전 3시 10분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사리현동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높이 30m짜리 철제 기둥 3개가 강풍에 쓰러졌다. 다행히 이 골프장이 이달 중순부터 운영을 중단한데다 기둥이 골프장 안쪽으로 쓰러져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늘길·뱃길도 묶여 =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도 잇따랐다.
24일 오후 7시 5분 부산에서 출발해 제주에 도착하려던 대한항공 KE1021편은 제주지역의 강한 바람 때문에 오후 9시 30분 김해공항으로 회항하는 등 제주행 항공기 4편이 결항했다.
또 오후 7시 35분 김포에서 출발해 제주로 갈 예정이던 티웨이항공 721편을 비롯해 이날 오후 9시 30분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 10편이 결항하면서 관광객들이 발을 굴렀다.
서해 상에 내려진 풍랑주의보로 이날 인천과 백령도 연평도 등 섬을 오가는 13개 전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