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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방 못빼"..가처분 신청 이유는?

정재웅 기자I 2012.10.08 10:06:27

신세계, 인천점 건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본안 소송도 준비중..업계 '예견된 일'
인천시 "계약대로 진행"..롯데 "노코멘트"

[이데일리 정재웅 장영은 기자] 신세계가 초강수를 뒀다. 재정난에 허덕이던 인천시가 신세계 인천점을 경쟁사인 롯데쇼핑(023530)에 매각키로 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지난 15년간 상권을 일궈왔던 신세계의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롯데는 합리적인 절차에 따른 것인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좀 더 지켜보겠다는 심산이다.

관건은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다. 만일 법원이 신세계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번 매각건은 ‘없던 일’이 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신세계의 입장에서는 ‘몽니’를 부린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신세계 “증축때는 아무말 없더니”..강력 반발

신세계 인천점 모습.
신세계(004170)는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인천종합터미널에 위치한 백화점 건물의 처분 금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신세계는 지난해 1450억원을 투자해 매장 일부(5300평)와 주차타워(866대)를 증축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 인천점은 매장 면적 총 1만9500평, 주차대수 1621대 규모로 확장됐다. 증축된 부분에 대한 권리는 오는 2031년까지다. 현재 영업중인 신세계 인천점의 계약기간은 오는 2017년까지다. 매장과 주차 타워 증축에 건물주인 인천교통공사가 합의한 것은 2031년까지 신세계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논리다.

신세계 관계자는 “2008년 8월 당시 건물주인 인천교통공사와 매장 일부 및 주차타워의 증축 협의시 기존건물 1100억원보다 많은 1450억 원을 투자해 매장을 확장키로 했다“며 ”이는 본건물(오는 2017년까지)의 임대차계약을 증축건물(2031년까지)의 연장선상이라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 법률적 대응 이유는?

신세계는 이번 가처분 신청에 이어 본안 소송도 준비중이다. 두 건을 별개로 준비해 대응하는 ‘투 트랙’ 방식을 취했다. 신세계가 법률적인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외국인투자촉진법 때문이다.

이번 신세계 인천점 매각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개 입찰방식이 아닌 만큼 외국인 투자자가 일정부분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신세계가 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이유다. 소송이 진행 중인 물건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어올리가 만무하다. 이렇게 되면 오는 12월로 예정돼있는 롯데와 인천시의 본계약을 견제할 수 있다.

따라서 신세계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얼마나 빨리 판단하느냐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이런 건과 관련해서는 2~3개월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신세계측은 12월 말로 예정돼있는 본계약 전에 법원이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와 별개로 본안 소송도 진행되면 길게는 2~3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 소송이 진행 중인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분 참여를 꺼려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보는 셈이다.

다만, 이번 계약에 롯데의 일본측 계열사나 우호 세력이 참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의 모스크바 매장도 롯데의 일본 우호세력들이 지분 참여를 했다. 이럴 경우, 신세계의 계산은 빗나갈 가능성도 있다.

◇인천시 “감히 땅주인 한테…”

신세계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천시는 “계약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의 증축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2031년까지 권리를 보장했고 2017년까지 계약이 돼있는 상황에서 가처분 소송은 말도 안된다는 분위기다.

인천시 관계자는 “신세계가 증축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그 기간까지 권리를 인정했다”며 “나머지 2017년까지 계약이 체결된 부분에 대해서도 그때까지는 신세계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후의 권리를 롯데에 넘기는 것인데 신세계가 가처분 소송을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이어 “땅 주인이 하겠다는 것을 임차인이 반발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롯데와 계약한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겉으론 ‘조심’ 속으론 ‘분주’

신세계의 이같은 초강수에 대해 롯데측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신세계가 소송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인천시인 만큼 별 다른 말을 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신세계의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법원이 신세계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세계의 소송 상대가 인천시여서 롯데 입장에서는 어떤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다만,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매각 계약을 체결한 사안에 대해 신세계가 가처분 신청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에 대해서는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천시가 롯데측에 신세계 인천점을 매각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인천시와 신세계측이 불협화음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이번 매각건이 진행돼 왔었는데 그동안 인천시와 신세계가 앙금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이미 사업을 잘 하고 있는 곳을 무시하고 인천시가 경쟁사를 선택한 것도 이면에 이런 앙금들이 작용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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