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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꼴찌’의 이상무, ‘제7구단’의 허영만, ‘공포의 외인구단’의 이현세 등 야구만화를 통해 8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만든 세 명의 화백들이 한자리에 모여 당시를 추억하고 작품의 뒷이야기를 펼쳐놨다. 지난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3대 야구만화왕, 마구톡!’이란 행사를 통해서다. 세 화백이 한자리에 모여 대담을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명의 만화가 중 가장 연장자이자 선배인 이상무(67) 화백은 “지금의 프로야구보다는 실업야구, 고교야구가 개인적으로는 더 흥미로웠다”고 털어놨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야구경기가 많아지면서 이전의 토너먼트 야구가 주는 재미가 반감됐다는 것이다. 또한 허영만, 이현세 화백의 야구만화에 비해 리얼리티를 중요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상무 화백의 만화에서는 독고탁이 ‘더스트볼’ 등 마구를 던지지만 만화적 상상력이 중심이 되기보다 실제로 야구선수들이 겪을 법한 애환과 경기의 모습을 많이 담아냈다.
동시에 세 편의 야구만화를 연재하기도 했다고 고백한 허영만(66) 화백은 “신군부가 들어선 이후 검열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소재가 제한됐다”며 “상대적으로 스포츠, 특히 야구는 그런 검열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허영만 화백은 “야구만화를 그리기 위해 당시 MBC 청룡(현재 LG트윈스) 덕아웃에 가서 밀착취재를 했다”며 “그래서 고향이 여수임에도 아직 LG를 좋아해 연고지 팀 선수들로부터 혼나기도 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현세(57) 화백은 “두 선배와 달리 난 야구를 실제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며 “‘공포의 외인구단’을 통해서는 패배자의 반란을, ‘머나먼 제국’에서는 한일 문제와 더불어 전쟁을, ‘닥터 드래곤’에서는 악마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세 화백들이 보기에 지금은 ‘프로야구의 전성시대’지만 ‘야구만화의 전성기’는 아니다. 좋아하는 야구팀과 야구를 만화소재로 선택한 것은 달랐지만 야구만화의 부흥을 위한 해결방안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편파중계처럼, 각 구단의 지원 하에 프로야구 각 구단이 주인공이 되는 만화를 만들면 다시 야구만화의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런 구상에 대한 마무리는 세 화백 중 막내인 이현세 화백이 했다. “만화가가 좋아하는 팀을 가지고 작품을 하도록 사회와 독자가 배려해주면 야구가 만화소재로서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만화가가 특정 팀을 두고 작품을 하기에는 아직 제약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