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동엽 칼럼니스트] 한국의 일인당 쌀 소비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쌀은 여전히 한국인의 주식이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산업의 쌀이라는 반도체를 많이 생산해도 쌀대신 반도체를 먹고 살 수는 없다. 식량 자급률이 25%에 불과한 한국이 쌀을 자급하지 못하면 국민 먹걸이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이 5% 수준이다.
한국인이 먹는 자포니카(중단립형) 종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하는 인디카(장립형) 종, 흔히 말하는 안남미에 비해 전세계 쌀생산량이 10분의 1에 불과하고 생산국가도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자포니카 소비국들이 대부분 자급자족하기 때문에 국제시장에서의 거래량도 매우 작다. 수급이 조금이라도 꼬이면 물량자체를 구하기가 힘들고, 가격도 폭등한다.
2006년초 농산물유통공사가 의무수입 물량 중 가공용 쌀 입찰을 실시했는데 중국이 단립종에서 톤당 519 달러를 제시해 유찰됐다. 당시 중립종의 경우 미국에 낙찰된 금액(490달러)이나 태국에 낙찰된 금액 (314달러) 보다 상당히 높은 매입 금액이 제시되었는데 중국은 수차례 입찰에서 가격을 거의 내리지 않아 계속 유찰됐다. 당시 단립종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가 사실상 중국뿐이어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2006년 중국이 한국에 수출할 쌀은 고정도 밥쌀과 현미를 합쳐 모두 30만톤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쌀시장은 중국, 태국, 미국 등 에게 개방되고 있다. 한국 식탁은 국제 곡물 메이저나 원자재 투자 펀드의 손에 앞으로 좌우될 여지가 많다. 한국 쌀시장의 자급도가 계속 낮아질 경우, 쌀값이 국제원자재 펀드들의 공격적인 투자 움직임으로 몇 배씩 올라가는 상황을 맞으면 한국은 식량안보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국제 쌀값이 이미 50% 가까이 폭등했다. 국제쌀값은 선물시장에서 10달러를 넘어 조만간 20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03-4년에 쌀공급이 소폭 감소하면서 쌀가격이 4배 가까이 폭등한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국제쌀재고량은 2000년 쌀재고량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심각한 수준으로 26년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농림부 고위관료들은 쌀부족에 따른 과거 악몽의 기억을 되살리기 싫어할 지 모른다. 1980년 냉해로 한국은 식량부족 사태를 맞았다. 이듬해 우리나라는 미국 등 11개국에서 총 224만 5천톤의 쌀을 긴급 수입했다. 당시 농림부 관리들은 미국정부 및 곡물메이저를 찾아가 쌀공급을 간청했다. 그동안 캘리포니아 쌀값은 두배로 치솟았다. 일본도 1993년 대흉작으로 250만톤 (당시 국제 거래량의 20%) 의 쌀을 수입하여 국제쌀값을 당시 최고로 치솟게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베트남펀드는 쌀테크로
국제 쌀 시세는 2002년 바닥을 친 이후 수요증가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쌀 국제거래 규모는 매우 작다. 2006년 생산량은 6억3천4백만톤. 국제 쌀 교역량은 약 2500만톤이다. 4% 수준. 투자자본이 가격을 움직일 수 있는 규모이다.
태국, 베트남, 미국, 인도가 1600만톤을 수출하고 있다. 농산물 수출대국 브라질도 쌀 수입국이다. 브라질의 기후변화에 따라 자체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이 2004년 쌀 수입국으로 전락한 사실이 장래 국제 곡물시장 혼란을 가늠케 한다. 중국은8백만헥타 (전체농지의 7% 정도) 에 달하는 농지를 지난 10년동안 택지, 공장부지, 도로 등으로 전용함으로써 경작지 감소에 따라 쌀 공급이 퇴보하고 있다. 중국 쌀 재고량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 6년동안 계속 감소하여 개혁개방 이전인 1975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2006, 7년 대규모 쌀수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시장에서의 쌀 공급전망도 밝지 않다. 수출대국 미국은 현재 브라질등 남미국가와 멀리 이라크에 까지 쌀을 공급하고 있다. 내전으로 쌀 생산이 급감한 이라크는 1980년대 이라크와 미국과의 밀월관계가 유지될 때 미국의 최대 쌀 수입국이었다.
이처럼 손 내미는 곳은 많은데 미국 쌀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다. 미국의 쌀 재배면적도 수년간 감소하고 있다. 에너지 및 비료 가격등의 상승으로 쌀재배농가들이 비용이 적게드는 곡물, 과일, 야채등으로 재배작물을 바꾸고 있어 쌀 재배면적 하락은 계속될 조짐이다. 2006년에는 가뭄 피해까지 겹쳐 생산량은 전년에 비해 12% 감소할 전망이다.
작금에는 허용되지 않는 유전자 변형 물질이 미국산 쌀에서 발견되어 일본, 유럽을 비롯한 수입국들이 미국쌀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 소식에 시카고 거래소에서 미국쌀 선물가격은 8월 중하순에 10% 이상 폭락했다. 결과적으로 국제쌀 공급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미국쌀은 재고 및 생산량 감소로 이미 백만톤정도 수출량이 감소했다
국제시장에서 쌀수급상황 불균형은 쌀이 에탄올 바람을 탄 옥수수 투자열풍을 잇는 후속타자가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식량안보를 위한 국내 쌀 자급 유지에 대한 여론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쌀 산지가격은 실제로 5%이상 상승했고 쌀 재고량도 전년 동기보다 크게 감소했다. 쌀값 상승이 농지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엿보인다.
한마디 더. 한국투자증권이 베트남 펀드를 만들었다. 베트남은 세계 최대 쌀 수출국가가운데 하나이다. 펀드가 베트남 쌀을 입도선매하는 것이 어떨가. 그렇지 않아도 베트남이 한국쌀시장 개방을 요구하며 한국과 아세안 자유무역협정 서명을 거부하고 있는데 펀드가 베트남 쌀을 매입한다면 국익에도 도움이 되고, 쌀값이 1-2년사이에 배이상 상승하면 펀드수익율도 높아질 것이고..
`한국인을 위한 원자재 실물투자 가이드` 저자 이동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