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월드컵계기 "IT코리아" 마케팅 본격화

박영환 기자I 2002.06.26 10:09:04
[edaily 박영환기자] 개막이후 한달 가까이 숨가쁜 일정을 달려온 지구촌 축제 "한일월드컵"도 이제 폐막일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비록 결승진출은 좌절됐지만 축구대표팀의 4강 진출과 온 국민이 하나가 된 길거리 응원문화는 60억 세계인의 뇌리에 한국이 더 이상 변방의 주변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한일월드컵은 또한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작용하며, 국내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이 국내 IT(정보통신기술)기업들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제는 업체들이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을 지양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업종별 공동 마케팅에 나서는 등 상생을 위한 방안마련에 노력해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월드컵 효과..해외전시회 한국관 "성황" 지난 18일부터 나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 전시회인 "커뮤닉 아시아"에서도 이른바 "월드컵 효과"는 확인됐다. "커뮤닉 아시아"는 싱가포르 엑스포 전시장에서 매년 열리는 정보통신 전문 전시회로 올해는 중국·미국·독일 등 전세계 54개국 240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5만여명의 전문 바이어들이 참관했다. 국내에서는 25개 IT 전문 업체들이 참가한 이 전시회는 월드컵 이후 달라진 국내 업체들의 위상을 보여준다. 한국 국가관에는 외국인 바이어들의 제품관련 문의가 끊이질 않았고 일반인들의 발길도 분주하게 이어지는 등 어느때보다 열기가 높았다는게 이 행사에 참석했던 정통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산하던 예전 풍경과는 전혀 다른 것. 이처럼 국내기업들이 호응을 얻었던 데는 월드컵에서의 국가대표팀의 선전과 이를 이용한 국내업체들의 마케팅이 한 몫을 했다. 국내 참가 기업들은 모두 국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홍보에 임해 눈길을 모았다. 다소 막연하기만 하던 이른바 "월드컵 효과"가 마케팅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을 보여준 첫 번째 사례인 셈이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했던 정보통신산업협회 관계자는 "월드컵을 이용한 홍보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 한국관을 찾는 바이어들이 한국팀의 선전에 대해 먼저 말을 걸어오는 등 어느때보다 호의적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남미, 유럽에서도 "한국"브랜드 이미지 높아져 축구의 나라 중남미와 유럽에서도 이번 월드컵이 가져온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한국을 아시아의 2류국가로 취급하던 태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삼보컴퓨터 박충모 멕시코 법인장은 "한국팀의 활약과 전 국민이 동참하는 길거리응원은 멕시코인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멕시코에서는 "한국축구를 배우고 한국 국민을 배우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해외 주재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게 박 법인장의 설명이다. 월드컵에 앞서 지난 3월부터 두달간 유럽지역에서 월드컵 프로모션을 해온 휴맥스도 "한국팀의 4강진출이 축구가 생활화돼 있는 유럽권에서 국내제품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맥스 김희연 대리는 "일부 판정시비로 단기적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지역에서의 셋톱박스 판매가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한국제품에 대한 관심이 한층 깊어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모 인터랙티브 곽기복 차장도 "과거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해 피해를 입곤했는데 월드컵 4강 진출을 계기로 해외 파트너들과의 협상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브랜드가치 상승효과, 수백억달러 넘을 듯 국내 인터넷 산업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여러 분야에서 앞서 있음에도 불구, 낮은 국가 인지도로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로인해 국내기업들은 해외진출과정에서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백신업체 하우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우리는 지난해 미국시장에 진출했으나 통상 한두달이면 끝나는 장비성능테스트(BMT)에 5개월이나 붙잡혀 있어야 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온 기업을 신뢰할 수 없었던 데 큰 원인이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 4강진출로 인한 국가 이미지 개선이 앞으로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시 "윤활유"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수출 국가였던 미국 등 선진국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 종전보다 활발한 활동이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던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이나 제 3세계 국가에서의 비즈니스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펼쳐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월드컵 1승의 경제적 효과"란 보고서에서 월드컵 1승이 100억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1승이 국내 100대 기업의 브랜드가치를 1%씩 올리는 효과가 있고,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 이 정도 효과를 노리려면 100억달러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IT업계, 영원한 강자위해 해외시장 공동마케팅 나서야 국내 IT업계는 지난해 이후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모색해왔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곤 국내 시장이 작아 기업운영과 발전에 필요한 수익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리눅스업계와 보안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안철수 연구소, 하우리 등 백신업체들이 일본과 중국시장에 진출했고, 한컴 리눅스, 미지리눅스 등 리눅스업체들도 올들어 중동시장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 수출시장을 꾸준히 개척하고 있다. 가드텍과 휘스트 등 보안업체들도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과 중국시장 공략을 하고 있거나 준비중이다. 따라서 국내 IT업계에서는 월드컵 이후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크다. 하지만 문제는 월드컵을 통해 제고된 국가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 마케팅에 접목시킬지 여부이다. LG나 삼성 등 대기업들은 월드컵 이후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대거 투입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규모 IT기업들은 지갑을 풀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IT분야 기업들이 정부가 지원하는 해외전시회 참가 등을 통해 기업 브랜드 알리기 노력을 아끼지 않는 동시에 업계 차원의 공동 대응노력을 펼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이미 이에 화답, IT전문 전시회를 통합해 해외에서 열고, IT미개발국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내용의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아울러 민간기업들이 현재 유명무실한 분야별 협회의 기능을 강화, 국내 제품을 알리기 위한 활발한 국내외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월드컵 이후 조성된 우호적인 국내외 시장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국내 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졌던 중동이나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국가 등에 대한 활발한 공략을 펼쳐 주로 중국이나 일본 등 일부 국가에 제한돼 있던 시장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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