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국민연금 240조 날렸다?…진짜 성적표는 따로 있다[마켓인]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지영의 기자I 2026.10.20 04:40:05
ai번역
  • 영어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182조원 평가액 감소에 '240조 증발설'까지 확산
7월 누적 수익률 14.84%…최근 3년 동기 중 최고
3년 연평균 16.05%…국내주식도 BM 대비 1.5%p 초과
단기 손익 집착 경계해야…리밸런싱 판단은 추가 논의 과제

이 기사는 2026년10월19일 22시39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국민연금이 수백조원을 날렸다는 공포 섞인 주장이 증시 급락과 함께 퍼지고 있다. 주요 보유주식 평가액이 182조원 넘게 감소했다는 분석에 기금에서 240조원이 증발했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서다. 그러나 일부 주식의 평가액 감소를 국민연금 전체의 운용손실로 해석하는 것은 부정확하다는 평가다.

더욱이 수십 년을 내다보는 장기투자 기관인 연금의 성과를 단기간의 주가 등락만으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운용 성적은 장기 수익률과 시장 기준수익률을 함께 살피되, 올해 국내주식 비중 확대 등 자산배분 결정의 적절성은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수백조 증발했냐 묻는 시장…국민연금 3년 성적표 살펴보니

1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식 운용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월 누적 운용수익률은 14.84%로 집계됐다. 지난 2024년 같은 기간 9.88%, 2025년 6.88%를 웃돈다. 최근 3년간 매년 7월까지의 성과를 비교하면 올해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셈이다. 보다 긴 기간으로 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국민연금의 연평균 운용수익률은 16.05%였다.

기금 적립금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7월 말 기준 적립금은 168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04조5000억원)보다 약 379조7000억원 증가했다.

그렇다고 이 양호한 지표들이 최근의 '손실 공포'를 완전히 지워내지는 못한다. 7월 한 달 동안만 전체 적립금은 전월(1865조6000억원) 대비 181조4000억원 줄었고, 국내주식 평가액도 124조6000억원 급감했다.

이 상황에서 제기된 민간 추정치는 최근의 하락 우려를 키웠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공시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은 지난 6월 말 515조9000억원에서 이달 15일 333조5000억원으로 182조4000억원 쪼그라들었다. 이 가운데 무려 72%에 달하는 감소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공포의 근거가 되는 셈법에 상당한 착시가 있다는 점이다. 182조원은 일부 상장사 보유지분의 평가액 변화로, 중간에 발생한 지분 수량 변동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연금 전체 기금의 운용손익과는 다른 숫자다. 7월 적립금 감소액 181조원과는 집계 기간과 투자 대상이 겹치고 산출 기준도 달라 단순 합산해 평가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된 240조원 손실설 역시 공식 집계로 확인된 수치가 아니다.

물론 평가손실이라고 경제적 의미가 없지는 않다. 매도하지 않았더라도 보유자산의 시장가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다만, 평가액 감소가 곧 전액 확정손실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에, 거시경제 환경에 따른 시장 하락분과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으로 인한 성과를 냉정하게 구분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0년대생 연금 0원’이라더니…고갈설의 허술한 계산법

기금 고갈을 둘러싼 논란 역시 전망의 전제부터 냉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이 2045년 고갈된다는, 시장 일각에 유포된 주장은 연금개혁 이전인 2023년 재정추계 당시의 소진 시점(2055년)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단행된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을 9%에서 13%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3%로 조정함에 따라 재정 전망의 기초 조건 자체가 달라졌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6월 발표한 수정 재정전망은 이 같은 연금개혁 이후의 제도적 변화와 지난 2025년 말 기준 1458조원의 기금 적립금을 반영한 결과다. 국내외 거시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도출한 2026~2120년 연평균 기금운용수익률 4.6%와 장래인구추계 중위가정 등을 적용해 산출했다. 그 결과 기금 재정수지는 2050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은 2069년에 최종 소진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전망치였던 2065년보다 소진 시점이 4년 늦춰진 것으로, 2025년 당시 18.82%를 기록한 높은 운용수익률에 힘입어 기금 규모가 불어난 영향이 컸다. 2069년 고갈 전망 역시 하반기 증시 급락이나 실제 손실 규모에 따라 바뀔 수는 있는 수치다.

따라서 단기간의 주식 평가액 감소만으로 기금 소진 시점이 2045년까지 앞당겨졌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더욱이 분기별 주식 손익에 따라 기금 소진 공포를 반복해서 확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시장 변동성이 장기 재정에 미칠 잠재적 영향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하나, 기금 소진이 곧바로 연금 지급 중단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는 평가다.



오를 땐 역대급, 내리면 운용 실패?…중요한 건 '장기 운용 원칙'

투자업계에서는 시장 상승기 수백조원의 평가이익을 역대급 성과로 평가하다가, 하락장 진입과 함께 평가액 감소를 곧바로 운용 실패로 규정하는 시각에 경계 목소리가 나온다.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모두 운용 능력으로 볼 수 없듯, 하락장에서 발생한 손실 역시 전적으로 운용 실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운용성과를 판단할 때는 시장 기준수익률인 벤치마크(BM)와 장기 수익률을 함께 살펴야 한다. 실제 2023~2025년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연평균 수익률은 27.70%로 BM(26.22%)을 약 1.5%포인트 웃돌았다. 올해 7월 말에도 BM 대비 2.09%포인트의 초과성과를 기록했지만, 최근 증시 급락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국민연금은 통상 3년 이상의 장기 성과평가를 원칙으로 삼아왔다. 단기간의 평가손익만으로 운용 성패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운용성과와 별개로, 올해 단행된 자산배분 기준 조정은 향후 검증이 필요한 과제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한 데 이어 5월에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상향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증시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시장 충격, 장기 수익성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으나, 당시 결정이 장기 기대수익과 위험관리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었는지는 추가 점검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민연금은 오는 20일 기금위에서 7월 운용성과를 보고받을 전망이다. 11월에도 기금위가 예정돼 있고,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한시적으로 확대했던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재점검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2028~2032년 중기자산배분안을 마련해 향후 5년간의 투자 비중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중요한 운용 판단이 잇따라야 하는 만큼 단기 평가손익 논쟁에 매몰되기보다, 장기 수익성과 위험관리 원칙을 정교하게 세우는 방향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운용 독립성을 지키면서도 자산배분 결정의 적절성을 검증하되,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투자 원칙까지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연금은 장기수익률이 중요하다. 한 달 두 달 사이 '평가액'이 얼마 늘었다 줄었다는 이야기만 반복할 게 아니라, 당시 국내주식 비중을 확대하면서 기존 자산배분 원칙을 변경한 결정이 적절했는지 재점검하고 개선할 지점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 비중으로 돌아갈지, 현 수준을 유지할지 등을 검토해 앞으로 일관되게 적용할 운용의 대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