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北 동창리·산음동…미사일과 위성은 '한 끗 차이'

김관용 기자I 2019.03.10 11:41: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북한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폐기를 약속했던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복구 정황이 포착되는가 하면, 탄도미사일 조립 시설인 산음동 연구단지에서 관련 움직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北, 장거리 미사일 아닌 위성 발사체 주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약속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입니다. 당초 북한은 이곳을 인공위성 발사체 시험장 명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위성발사장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북한은 발사장 완공 3년만인 2012년 4월 이곳에서 광명성 3호 ‘위성’이 실린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한바 있습니다. 또 2016년 2월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를 쏘아올릴 때도 이를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칭하지 않고 인공위성 발사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인공위성을 위한 발사체와 장거리 미사일 로켓은 동일합니다. 로켓에 탄두를 장착하면 탄도미사일이 되고 위성을 탑재하면 우주발사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당시까지만해도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에 발사체 계획을 통보하며 ‘눈치’를 보기도 했습니다.

2012년 12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은 이곳 서해위성발사장 인근 엔진 개발 시설에서 ‘백두산 엔진’ 개발 성공 이후 더이상 장거리 로켓을 위성 발사체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2016년 9월 동창리 발사장에서 진행된 백두산 엔진의 지상 분출 시험을 ‘새형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 시험’이라고 한 이후에는 탄도미사일 발사체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게다가 ‘화성-14형’ 부터는 ‘대륙간탄도로켓’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대륙을 넘어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즉 ICBM이라는 의미입니다.

◇‘백두산 엔진’ 개발 성공 이후 탄도미사일 지칭

백두산 엔진은 추진력이 80tf(톤포스: 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 가량의 주 엔진에 보조엔진 4개를 묶은 형태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혁명’이라고까지 칭한 탄도미사일 엔진입니다. 북한이 2017년들어 빠르게 미사일 사거리를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이 신형 백두산 엔진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 분석이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2016년 9월 백두산 엔진을 처음 공개한 이후 6개월 만인 2017년 3월 신형 고출력 로켓 엔진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했다며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북한이 백두산 엔진 개발 성공을 주장할 당시 국내 전문가들은 이를 이용한 미사일 개발에는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2개월 만인 2017년 5월 실제 미사일에 탑재해 시험발사까지 했습니다. 괌을 사정권으로 하는 ‘화성-12형’입니다. 당시 최대 고도가 2000km를 넘어 엔진 개발 8개월여 만에 실제 탄도미사일 발사에까지 성공한 것입니다.

2017년 3월 19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한 화면이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나아가 백두산 엔진을 이용한 ICBM급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2017년 북한이 마지막으로 시험발사한 탄도미사일 ‘화성-15형’은 백두산 엔진 2개를 결합해 엔진 추력을 늘린 것입니다. 시험발사에서 최대정점고도가 4500km에 달한 것도 이같은 엔진 클러스터링 때문이었습니다. 이 클러스터링 기술은 앞서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은하 발사체 개발에서 취득한 것입니다. 당시에도 여러 개의 엔진을 묶어 시험 발사한바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실제 미사일 발사에 나설 경우 장거리 로켓의 평화적 이용을 명목으로 한 ICBM 안정성 테스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창리는 미사일 개발 기지…산음동은 실제 조립

동창리가 장거리 미사일 기술 개발의 산실이라면 평양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는 실제 ICBM 등 장거리 미사일을 만드는 곳입니다. 북한은 이 곳에서 화성-15형을 비롯해 ICBM 2기를 생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해 7월에도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에서 새 ICBM 제조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한바 있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를 시작한 이후였지만, 북한이 여전히 핵능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최근들어 북한이 산음동 연구단지에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미 공영라디오 NPR과 CNN 등이 잇따라 보도하고 있습니다. 민간 위성영상 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촬영한 산음동 연구단지 상업 위성사진에서 시설 인근에 주차된 차량과 트럭 모습이 확인되는가 하면, 근처 선로 위에 열차가 서 있고 크레인 2대도 보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산음동 연구단지 역시 동창리 시험장과 마찬가지로 ICBM 뿐 아니라 우주 발사체 생산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을 준비하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17년 8월 23일 1면에 게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시찰 사진이다. 신형 SLBM으로 추정되는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고 적힌 미사일 설명판(붉은 원)이 배경으로 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더 위협적인데…北, SLBM 시설 언급 안해

동창리와 산음동 외에 북한의 또 다른 핵심 미사일 개발 기지는 함경남도 신포입니다. 이곳 신포 조선소 인근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장이 있습니다.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에 탑재되는 백두산 엔진은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데 반해, ‘북극성’ 계열 탄도미사일에 탑재되는 엔진은 고체 연료를 사용합니다. 북한은 고체연료 기반 엔진을 SLBM 개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16년 8월 신포 앞바다에서 SLBM인 ‘북극성-1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한바 있습니다. 같은 해 9월에도 신포에서 SLBM 개발을 위한 미사일 엔진 지상 분사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지상발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 역시 2017년 2월 시험발사에 성공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북극성-2형의 실전배치를 지시한바 있습니다. 북한은 동창리와 풍계리, 영변 폐기는 얘기하면서 이곳 신포 SLBM 관련 시설 언급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상발사 탄도미사일 보다 SLBM이 훨씬 더 위협적인데도 말입니다. SLBM 탑재 잠수함이 기지를 출항해 잠항한 후에는 우리 정보 자산을 통한 지속적인 위치 추적이 어렵습니다. 공해상에서 SLBM을 실제 발사할 경우 이를 요격해 무력화하는 것도 힘듭니다.

북한은 그동안 SLBM 3기를 탑재할 수 있는 3000톤급 잠수함을 개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000톤급 잠수함은 원양작전이 가능한 중형잠수함입니다. 은밀히 태평양으로 나가 SLBM으로 미국을 공격할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새로운 SLBM으로 추정되는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 개발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은밀성을 극대화 한 핵 운반수단인 SLBM 역시 북미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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