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군사 강대국 미국에 가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영국도 군사안보 부문에서는 강대국입니다. 영국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7~2016년 10년을 기준으로 영국은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군수품을 수출한 국가였고 작년에만 59억파운드(약 8조8646억원)치의 군수 물자를 해외에 팔았습니다. 작년 영국이 수출한 군수물자는 전 세계 군수품 시장 가운데 9%를 점유했고요. 영국이 가장 많이 무기나 군사 장비 등을 파는 지역은 중동, 북미, 유럽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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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들어 영국은 방위·안보 수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4개국이 단교를 선언하면서 중동에서 고립된 카타르를 상대로 전투기 ‘유로파이터 타이푼’ 24대 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유로파이터는 영국 방산기업 BAE시스템스, 프랑스의 에어버스, 이탈리아 핀메카니카가 같이 만들어낸 제품입니다. 또 호크 전투기 6개 판매 계약도 맺었죠. 당시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영국의 전략적 파트너인 카타르와는 처음으로 의미 있는 방위 계약을 맺는 것”이라며 “걸프 지역 안보 증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이 카타르를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여긴다면 영국과 카타르의 적국인 사우디와는 관계가 껄끄럽겠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과연 방위 산업에도 이 같은 논리가 통할까요. 영국 정부 통계를 보면 2007~2016년 영국이 가장 많은 군수물자를 판 국가가 사우디입니다. 그 뒤를 인도, 카타르, 미국, 호주, 캐나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라크 등이 있고요. 영국은 외교 단절로 군사 충돌까지 야기할 정도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사우디와 카타르 모두에게 무기를 내다 팔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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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은 군수품 수출에 더욱 사활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EU의 결별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다른 국가와의 개별 무역 협정을 새롭게 맺는 것도 요원해 보입니다. 영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불확실한 영국과의 무역 협정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면서 영국의 수출 산업에 눈에 띄는 호재가 없는 가운데 군수품 수출 분야만이 중동의 갈등에 힘입어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꼽히고 있거든요.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무역부로 파견된 외부 주요 인사 절반이 BAE 시스템스, 롤스로이스, MBDA 등 방산업체 출신이거나 방산업체와 관련성이 높은 인물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인력 구성은 영국 국제통상부가 다른 산업보다 군수물자 수출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고요.
물론 지난 수십 년간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독재 정권이나 인권 유린 정권 등에 군수품을 제공해온 영국 정부의 행태에 대해 영국 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정부가 더욱더 군수품 수출에 주력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요. 그러나 군수품 수출이 영국의 이익과 직결되는 부문이라 영국 정부의 이러한 행태에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국제통상부도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방위산업이 작년 영국 경제에 기여한 금액은 350억파운드에 달하며 국제통상부는 영국 경제에 기여하는 방위산업을 지지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