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라이프…‘월 970만원 쓰면서 적당히 일하고 즐기기’(상보)

권소현 기자I 2017.02.03 08:02:12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국 부자보고서''
부동산 비중 줄일 계획·단기 금융상품·외화자산 관심 높아
부자들의 진정한 부자 기준은 금융자산 100억 이상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한 달에 2326만원 벌어서 970만원을 쓰고, 하루 7시간 이상 일하지 않으며 주중 4시간가량은 운동하거나 공연을 관람한다. 평일 3시간 이상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자기계발에 적극적이다. 자녀가 의사나 사업가가 되길 바라면서 자녀 결혼식에는 6억~7억원을 쓴다. 며느리나 사윗감으로는 인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집안도 중시한다.

올해 경기도 좋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어 부동산 투자비중은 줄이고 단기자금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투자에서는 안정성이 최우선이며 자녀가 아닌 손자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 얘기다.

◇적당히 일하고 여가 즐기는 ‘웰빙 라이프’

2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2017년 한국부자보고서’(Korean Wealth Report)에 따르면 부자들의 월평균 지출액은 970만원으로 작년 3분기 기준 일반가계 지출액인 342만원보다 2.8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 3구 부자의 월평균 지출액은 1056만원이었다. 이 보고서는 KEB하나은행의 PB고객 1028명을 대상으로 작년 10월부터 한 달간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적당히 일하고 즐기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자와 주부를 제외한 부자들의 하루 근로시간은 평균 6시간이며 여유시간은 4시간이었다. 9시간 넘게 일하는 부자 비중은 일반인의 절반 수준인 20%에 그쳤다.

부자들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일반인이 가족과 3시간 이상 같이 보내는 비중은 평일 14% 수준이지만 부자들은 50%에 달했다. 부자의 42.3%는 가족과 주 3회 이상 같이 식사했다.

여가시간에는 주로 스포츠활동(27%), 문화예술관람(20%), 취미오락(16%)을 즐겼고 영어나 경영전략, 리더십 등에 대한 공부에도 열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의 약 98%가 지난 1년간 독서를 했다고 답했고, 이 중에서도 연간 책을 10권 이상 읽는다는 비중은 21%였다.

자녀의 희망직업 1순위로는 14%가 의사를 꼽았고 사업가(13%), 선생님(11%), 회사원(11%) 순이었다. 3년 전 조사에서는 의사, 엔지니어, 교수, 사업가 순이었지만 돈 잘 벌거나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부자들의 자녀 결혼비용은 아들 7억4000만원, 딸 6억2000만원으로 조사됐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조사에서 나타난 일반 남자와 여자의 결혼비용 1억7000만원, 1억145만원에 비해 4.5배 가량 많은 수준이다.

◇부동산 줄이고 단기 금융자산 선호도 고조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자산은 49.8%, 금융자산은 50.2%로 직전 조사대비 부동산 비중이 2.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부동산 비중을 줄이겠다는 답이 24%로 늘리겠다는 답 12%보다 많았다.

금융자산 중에서는 단기 금융상품과 외화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경기전망도 좋지 않은만큼 일정부분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미국 경기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해 달러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선호 금융상품 1위로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신탁(ELT)이 60%의 응답률로 1위에 선정됐지만 직전 조사에 비해 선호도는 하락했다. 반면 1년 미만 정기예금, 수시입출식예금(MMDA),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같은 단기 금융상품은 응답률 50%를 기록해 이전 조사에 비해 선호도가 대폭 상승하면서 2위에 올랐다. 불확실한 금융시장에 대비해 적정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부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은행 정기예금이 43%로 안정성을 중시하는 부자들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위안화와 달러화 등 외화예금은 23%를 얻어 4위에 올랐다. 역시 직전 조사에 비해 선호도가 높아졌다. 부자 중 82%는 이미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화예금(64%), 달러구조화상품(14%), 달러 상장지수펀드(9%) 등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었다. 향후 외화자산 투자계획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45%를 차지했지만, 현재보다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32%로 비중을 줄일 계획이라는 응답 2%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이밖에 주식형 공모펀드(16%), 주식 직접투자(13%), 부동산·대체투자 공모펀드(13%) 순이었다.

◇손자 증여에 관심

부자들의 41%는 이미 자산의 일부를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조사에 비해 9%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국내 부자들이 상속·증여를 위해 가장 선호하는 수단으로는 부동산(40%)이 꼽혔고, 현금·예금(30%), 보험(10%), 주식·채권·펀드 등 투자형 금융상품(9%)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녀가 아닌 손자에게 증여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손자를 대상으로 증여한 부자의 비중은 9%에 불과하지만, 39%의 부자들이 향후 손자를 대상으로 증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부자들은 금융자산을 최소 100억원 이상 보유해야 부자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별로 본인 스스로 설정한 부자의 기준을 충족하는 부자는 15%에 불과했다. 반면 PB들이 보는 부자의 기준은 금융자산 50억원(중윗값)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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