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은행대형화)⑩또다른 `태풍의 눈` 외환은행

좌동욱 기자I 2010.05.20 12:49:00

론스타 두차례 매각 좌절..투자금 회수압력 높아
KB·하나 유력 후보..산은·외국계도 잠재 후보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외환은행(004940)도 올해 국내 은행산업 재편을 좌우할 핵심 변수 중 하나다.

은행권 인수합병(M&A)시장의 대어(大魚)인 우리금융지주 덩치에 가려져 있지만 외환과 기업금융의 `강자`라는 매물 특성과 마지막 대기 매물이라는 상황 논리가 겹쳐 국내외 은행권들의 `구애`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론스타, 6개월 전부터 `땅 고르기`

지난 2006년(국민은행)과 2008년(HSBC) 두차례나 매각 계약조건을 확정하고도 결국 `출구 입구`에서 좌절했던 외환은행 최대주주 론스타는 회장 명의로 지난해 10월 미국 오리건주에서 "6개월에서 1년 내에 매각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잠잠하던 론스타는 올해 2월 베를린에서 "앞으로 6개월 안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길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계 금융회사들에게 잇따라 외환은행을 팔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외국계 은행들의 관심은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론스타는 올들어 매각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한 후 지난 3월말 해외 투자자 50여곳과 국내 투자자 5∼6곳에 외환은행 인수 의향을 타진하는 `티저레터`를 보내면서 공식 매각 절차를 재개했다.

론스타와 접촉한 시중은행들에 따르면 론스타는 6월말까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가 매각조건 중 하나로 현금 거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잔상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현금을 주고 시총 8조원대 은행을 살 수 있는 국내외 금융회사는 많지 않다. 매각일정 자체가 빠듯하고 국내외에서 은행권 매물들이 쏟아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물건을 팔겠다`는 론스타측 입장이 조급해졌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자금을 회수하라는 론스타측 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며 "우리금융 민영화와 맞물려 한국을 빠져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KB·하나 유력 후보

국내에서는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유력한 외환은행 인수 후보자로 꼽고 있다. 이들 회사는 우리금융 M&A를 포기하거나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실 경우 외환은행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측이 논바인딩(nonbinding·구속력 없는) 딜은 `언제든지` 낼수 있다고 전해왔다"며 "언제든지라는 표현에 방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 매각절차를 밟고 있더라도 중간에 끼어들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

우리금융 민영화로 대형은행이 출현할 경우 시장 내부적으로 덩치를 키우기 위한 M&A 압력도 높아진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형 은행이 출현하면 나머지 시중은행들의 M&A도 활발해진다"며 "특히 국내 은행들은 이런 경향이 강하다"고 전망했다.

실제 국내 은행들은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이후 잇따라 M&A를 추진해 현재와 같은 4강 구도를 만들었다. 일본 금융권도 1990년대말 도쿄은행(외환전문)과 미쓰비시은행(대기업전문)이 도쿄미쓰비시UFJ그룹으로 합병되면서 경쟁사들의 M&A를 자극해 10년간 14∼15개에 달하던 일본 은행권이 3개 `메가뱅크`로 재편됐다.

KB금융은 론스타와 현금거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민간 은행으로 평가받는다. 6월중 취임할 KB금융 회장은 `우리금융이냐 외환은행`이냐를 두고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금융권에서도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결합이 가장 시너지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6년에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외환은행 인수 문턱까지 밟았지만, 외환은행 헐값매각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론스타로부터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통보받아야 했다.      

현재 우리금융을 주시하고 있는 하나금융도 인수전에서 실패할 경우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전면적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자산 규모가 287조원으로 최소 2위권인 신한금융(311조원)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덩치를 갖출 수 있다.

◇ 산은 `잠재후보`..외국계 손바뀜 가능성

민영화를 위해 수신 기반이 절실한 산은금융지주도 외환은행을 바라고 있지만 대주주인 정부가 `노(No)`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외환은행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경쟁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 일정이 지연되거나 정부 입장이 바뀌는 등 현재 시점에서는 예측하기 힘든 변수들을 배제할 수 없다. 산은지주는 외환은행과 비슷한 덩치를 가진 국내외 상업은행과의 M&A도 가정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외국계 은행으로 손바뀜될 가능성도 있다. 호주 4대 은행 중 하나인 ANZ 은행은 아시아 금융권 진출을 위해 외환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ANZ은행) 대주주의 의사는 알 수 없지만 CEO는 외환은행에 분명히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 CEO인 마이클 스미 대표는 HSBC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맺었던 2007년 HSBC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를 역임했다. 

국내 모 은행장은 "현재 론스타에 CA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외국계 은행들의 실체는 가려져 있다"며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 은행들이 외환은행에 관심이 있으며 입찰때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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