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 측과 교섭을 벌여 석방하기로 했다고 한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전세기를 띄울 것”이라고 했다. 이역만리 열악한 구치소에 묶인 국민들을 발 빠르게 데려오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미국은 한국 기업들이 계속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존재여서다. 더 냉정해져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가 가장 먼저 따져볼 건 소위 ‘전자여행허가(ESTA) 출장’의 지속가능성이다. 자진출국 형식으로 한국에 돌아올 LG에너지솔루션과 관련 협력사 직원들은 다시 미국에 갈 수 있을까. 질문을 좁혀서, 다시 ESTA 출장을 갈 수 있을까. ‘구금 트라우마’ 탓에 어렵다고 본다. 사태를 겪은 이들은 미국 출장 자체를 꺼릴 것이고, 이들을 본 주변 업계 동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산업계 한 고위인사는 “미국 내 공장 건설이 워낙 많아서 이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정부는 단기 상용 비자(B1) 혹은 ESTA를 통해 일하던 관행이 가능할지 최대한 명확하게 정리해줘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기업이 투자 단계부터 미국과 협의해 단기 비자를 빠르게 받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건설·설비·시운전 분야의 6~12개월 체류 기술자용 비자 등이다.
이를 정리하지 못한다면 선택지는 많지 않다. 한국인을 위한 E4 특별취업비자를 반드시 신설해야 한다. E4는 어제오늘 이슈가 아니다. 연 1만5000개의 E4를 발급하는 ‘한국 동반자 법안’이 미국 의회에 계류된 게 지난 2013년이다. 그때부터 10년 넘게 표류했다. 이재명 정부는 E4 비자가 왜 10년 넘게 진척이 없었는지, 신설을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부터 따져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거론했듯, 미국 사회는 어떤 기업이 투자하든 미국인을 직원으로 쓰기를 원한다. 미국인을 고용하는 대가로 정부가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준다는 인식마저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 특히 첨단 반도체, 배터리 등의 업체일수록 경험 많은 한국인 숙련 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둘 사이의 간극이 있는 것이다. 이 간극을 좁힐 전략을 찾는 게 이재명 정부가 할 일이다.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든 공장을 원활하게 운영하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라는 점을, 미국인의 눈높이에서 설명해줘야 한다.
미국 의회 아웃리치 활동에 밝은 한 경제단체 인사는 “E4 비자를 민감한 이민 이슈로 여기는 미국 남부 지역 의원들과 일자리 감소 걱정이 큰 미국 주요 노조 등의 E4 신설 반대 목소리가 컸다”며 “이들을 공략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내부의 무관심 역시 비판받을 만하다. 기자는 역대 정부마다 미국 비자 리스크를 거론하는 당국자를 보지 못했다. 다른 국내 이슈들이 많아 후순위로 밀렸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이미 쏟아부은 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자 리스크를 직접 챙기는 모습을 기대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