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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혼’ 증가하는 북한, 이유는 경제력·배우자 외도[북한은 지금]

윤정훈 기자I 2024.02.09 11:00:00

탈북민 설문조사, 이혼경험 25.9%
경제적 이유, 배우자 외도가 이혼이유 ‘절반’ 차지
2012년 이후 배우자 외도, 성격차이 비중 커져
재판에 의해서만 이혼...이혼 시 ‘당 간부’ 그만둬야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북한 사회에서도 이혼(리혼)이 증가하고,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북한은 이혼할 경우에 본인 뿐 아니라 자녀까지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기피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아내 리설주와 함께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신년경축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부인을 대동하고 공연 관람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조선중앙TV, 연합뉴스)
9일 통일부가 발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탈북민) 2432명 중에서 이혼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5.9%에 달한다. 이중 여성이 28.7로 남성(15.2%)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통일부가 6000여명의 탈북자를 대상으로 2013~2022년까지 조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탈북민 응답자들은 이혼의 이유로는 경제적 이유와 배우자의 외도가 24.2%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다만 2012년 이후에는 경제적 이유는 16.0%로 낮아졌고, 배우자의 외도와 성격 차이가 각각 25.0%, 26.0%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이혼 사유가 다변화한 것은 가족 내 여성의 지위 변화가 촉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제 이혼율은 쉬쉬하는 문화 탓에 좀 더 낮을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에서는 이혼이 사회문화적으로 여전히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탈북한 A씨는 “출세 이런데는 불이익이 있고, 대학은 김일성대학 못 간다”며 “김일성대는 신원 많이 확보해서 못 가는 걸로 안다. 저희 때도 부모님이 이혼한 친구는 김책공대, 리과대학을 가고, 공대로 많이 간다. 당 간부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증언했다.

같은해 탈북한 B씨는 “최근 젊은이들은 살다가 여기처럼 갈라지는 소리는 많이 들었다. 실제 재판했다는 건 배급을 안 주니깐 젊은이들은 결혼 등록을 하고 사는게 별로 없다”며 “이혼하면 군복을 벗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사회주의 체제의 북한은 가정을 국가의 세포로 규정하고, 이혼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견지해왔다. 노동신문은 “자본주의가 복귀된 동유럽나라들에서 매일과 같이 벌어진 이혼소동과 상승하는 이혼률은 이와 같은 복잡한 가정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반사회주의자들의 개혁의 후과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북한 당국은 재판에 의해서만 이혼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통제하고 있다. 다수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정·군과 관련된 엘리트 집단은 이혼을 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또 자녀는 군입대가 어려워져 당원이 되기 어렵고 김일성종합대학교에 들어갈 수 없다.

이혼을 위해서는 돈과 뇌물도 필요하다. 이혼에 필요한 비용은 700달러(91만원)부터 3000만원까지 일정치 않지만 고액이 필요한것으로 알려졌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위원은 “북한에서 여성의 경제력 향상이 여성 가치를 높이고, 남성우위 문화를 개선하고 있다”며 “(탈북자의) 증언을 보면 이혼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답한 것이 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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