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13일 발표한 ‘국제비교로 본 우리 기업의 신진대사 현황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대한상의가 기업 신진대사의 가장 상층부에 있는 글로벌 100대 기업(포브스 글로벌 2000, 매출·자산·시총·순이익 등 종합해 산출)에 신규 진입한 기업 수를 경쟁국과 비교해 보니, 한국 기업의 신규 진입은 전혀 없었다.
올해 발표된 글로벌 100대 기업의 국가별 분포에서도 한국은 삼성전자 1곳으로 미국(37곳) 중국(18곳), 일본(8곳) 등 주요국들에 비해 적었다.
한국과 미국의 10대 기업(포춘 글로벌 500, 매출액 기준) 입출 현황을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10년 간 미국은 10대 기업 중 7곳이바뀌는 동안 한국은 단 3곳만 교체됐다. 교체된 기업의 업종을 분석해 보면, 미국은 에너지·제조업이 정보기술(IT)·헬스케어 등 신산업으로 대체된 데 비해 한국은 기아자동차(000270), 현대모비스(012330), KB금융(105560)그룹 등 신산업과 큰 관계가 없는 기업들이 새로 진입했다.
부의 순환을 상징하는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 역시 글로벌 평균보다 낮았다. 포브스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 중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은 한국이 57.1%(28명 중 16명)로 미국(70%), 중국(98%), 영국(87%), 일본(81%) 등 주요국보다 크게 낮았다. 글로벌 평균인 69.7%에도 못 미쳤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신산업분야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회에 올라타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은 반면, 한국에서는 기득권 보호 장벽과 신산업 리스크를 원천 봉쇄하는 수준의 법제도가 기업의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기업 신진대사의 가장 아랫단인 창업 풍토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창업 가운데 기술에 기반한 ‘기회형 창업’의 비중은 올해 상반기 14.4%에 그친 반면, 이런 기회형 창업을 제외한 생계형 창업 등 비(非)기회형 창업은 85.6%에 달했다. 대한상의는 ‘레드 오션’임을 알면서도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진입하고 쉽게 망하는 ‘easy come, easy go’ 생태계가 형성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4년 통계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난다. 국내 생계형 창업 비중은 63%로 미국(26%) 등 주요국들보다 높은 데 반해, 기회형 창업 비중은 21%로 주요국들(미국 54% 등)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기회형 창업이 늘고 자수성가 기업인이 많이 나와야 투자와 혁신이 촉진된다”며 “현행 법제도는 ‘정해진 것만 가능’하고, ‘없는 것을 창출’해야 하는 신산업·스타트업들의 기회를 원천 제약하는 만큼 낡은 법제도 전반의 혁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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