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 기묘한 만신과 토속신앙의 이야기… 레진코믹스 ‘신기록’

김정유 기자I 2017.10.07 12:00:00

2013년부터 4년간 연재 중인 특색있는 ''한국형 판타지''
만신의 딸 ''세진''의 눈으로 바라본 기묘한 사건들 그려
다양한 토속신앙 및 귀신들의 이야기를 세밀한 정보와 스토리로 풀어내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기존의 포털 웹툰과는 다른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레진코믹스에서 4년 넘게 연재 중인 한국형 판타지 웹툰 ‘신기록’. 만신의 딸인 세진의 눈으로 바라본 기묘한 이야기들을 담담았다. (사진=레진엔터테인먼트)
◇특색있는 한국형 판타지… 레진코믹스 ‘신기록’

만신(萬神). 우리나라에서 여자 무당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선령·악령과 직접 통해 그들을 다룰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뜻하며 원시적 샤머니즘의 한 형태다. 레진코믹스 ‘신기록’은 이같은 만신과 우리나라 토속 신앙 및 귀신들을 다룬 웹툰이다. 기묘하지만 한(恨)이 서려있는 귀신들의 이야기를 ‘사람이야기’로 녹여낸 특별한 작품이다.

‘신기록’은 타 웹툰들과 달리 다소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를 주제로 삼았다. 무당과 토속 귀신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웹툰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소재다. 나름 토속 신앙과 무속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줄거리를 만들어내기 힘든데다 이를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풀어낼 만한 ‘포인트’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기록’은 이같은 내용을 마치 ‘할머니가 손자에게 옛날 귀신이야기를 들려주듯’ 풀어나간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초반부에는 긴장감을, 중·후반부에는 반전을 선사한다. ‘신기록’에서 귀신들은 우리가 적대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에피소드 초반부에는 귀신으로 인한 긴장감을 고조시키지만 결국 악의 원흉은 사람이다.

‘신기록’의 주인공격인 만신의 딸 ‘세진’. 만신의 딸답게 귀신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 (사진=레진엔터테인먼트)
‘신기록’은 만신의 딸인 세진의 시각으로 줄거리가 전개된다. 세진과 친구 상이, 산사냥꾼 무리들이 내용을 이끈다. 세진은 만신의 딸인 만큼 귀신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 마을 사람들과도 무리없이 지내지만 만신의 딸이라는 이유로 인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산다. 세진의 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토속 귀신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신기록’의 특이점은 에피소드가 마무리된 후 토속 귀신들의 자세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다는 점이다. ‘돈 귀신’, ‘객귀’ 등등 토속 귀신들의 특징과 민간에서 구전되는 퇴치 및 예방법 등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준다. 단순히 귀신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현실에서는 어떤 식으로 해석되는지까지 친절하게 독자들에게 설명해준다. 에피소드 속 비현실적 대상이었던 토속 귀신들이 이같은 작가의 추가 설명을 통해 현실성을 부여받는다. ‘아! 옛날에는 실제로 주변에 귀신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런 식으로 살아왔구나’라는 생각까지 독자들이 연계하게 만든다.

또한 ‘신기록’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주 1회의 연재 틀을 깨고 월 2회로 연재가 진행 중인 독특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1회에 들어가는 작가의 ‘공력’이 상당하다. 작화도 한국적 화풍으로 내용의 독특함을 더 배가시킨다. 2013년 6월부터 레진코믹스에서 4년째 연재 중이다. 급속도로 빠른 현재 웹툰시장에선 보기 힘든 ‘슬로우 웹툰’인 셈이다. 신기록을 그린 작가 리율은 이 작품으로 ‘2013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콘텐츠진흥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진’ 어머니인 만신. 조용히 귀신들을 감지해 이들을 이승에서 떠나보내는 역할을 하는 신비스러운 인물. (사진=레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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