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더 뉴 파사트 1.8 TSI 시승기 - 바다 건너 온 완성도 높은 중형 세단

김학수 기자I 2016.06.10 08:00:53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폭스바겐의 중형 세단인 파사트의 명맥은 두 줄기로 나뉘어 있다. 유럽 시장에서 오랜 사랑을 받아온 파사트가 있으며 북미 시장을 타겟으로 데뷔해 2세대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또 다른 파사트가 있다. 현재 국내에는 북미 버전이 판매되고 있는데 최근 페이스 리프트를 통해 디자인과 상품성을 끌어 올렸다. 이에 폭스바겐은 ‘더 뉴’를 붙여 새로운 모델의 존재감을 강조했는데 과연 시승에서는 ‘더 뉴’ 파사트의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했다.

국내 시장에 데뷔한 페이스 리프트 버전의 더 뉴 파사트는 경쟁 모델들에 뒤쳐지지 않는 크기를 자랑한다. 4870mm의 전장과 1835mm의 전폭은 국내 중형 세단을 대표하는 LF쏘나타와 무척 유사하다. 전고 역시 1,485mm 비슷한 건 매한가지다. 실내 공간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휠베이스 역시 동종의 경쟁 모델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2,803mm다.

단정한 모범생, 멋을 부리다

페이스 리프트 이전의 파사트는 말 그대로 담백한 디자인의 전형이었다. 수평의 프론트 그릴과 담백한 실루엣의 헤드라이트는 과장된 멋을 부리기 보다는 ‘나는 중형 세단입니다’라는 명찰을 들고 있는 듯 했다. 반면 더 뉴 파사트는 그런 단정한 골격 위에 조금 더 멋을 부리는 기교가 더해져 시각적인 차별화를 이끌어 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전면 디자인. 폭스바겐은 파사트의 수수했던 전면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가장 먼저 차량의 인상을 결정 짓는 헤드라이트를 더욱 슬림하게 디자인 한 후 LED 헤드라이트와 LED DRL를 더해 한층 세련된 이미지를 부여했다. 여기에 다소 과할 정도의 굵기를 가진 크롬을 프론트 그릴 위에 배치했다.

측면 디자인은 전체적인 실루엣은 기존의 라인을 유지하되 전면과 마찬가지로 크롬을 덧대 존재감을 강조했다. 도어 패널 하단을 가로 지르는 크롬 라인은 차량의 길이와 휠베이스를 더욱 길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후륜 뒤쪽에서 시작되는 크롬 라인은 개인적으로 ‘과하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후면 역시 디테일의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LED가 적용된 새로운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사이를 연결에 하나로 이어주는 듯한 크롬 스트립은 차량의 높이감을 다소 낮춰 안정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전면과 측면, 후면에 걸쳐 어딘가 ‘미국식 튜닝’을 거친 느낌이 들지만 확실히 기존의 파사트와 비교 했을 때 존재감이 한층 강렬해진 것은 분명하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품은 수평적 균형감

더 뉴 파사트의 실내 공간은 그 어떤 차량보다 ‘수평적인 균형감’이 돋보인다. 좌우대칭, 수평적 대시보드는 실내 공간의 안정된 감각과 넓은 공간, 시야를 제공해 체감적인 만족감이 상당히 우수하다. 게다가 모노톤의 우드트림을 더해 젊은 소비자부터 장년의 소비자에게도 우수한 만족감을 제공한다. 다만 최근 데뷔한 중형 세단들과 비교 했을 때 플라스틱 패널의 건조함이 느껴져 손에 닿는 고급감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하단을 약간 다듬으며 D-컷 스타일의 감각을 살린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무척 마음에 든다. 림의 두께가 약간 두터운 듯 하면서도 저항감이 크지 않아 손에 쥐는 느낌도 상당히 좋고 스포크 위의 각종 버튼의 구성이나 조작감도 좋은 편이다. 물론 R-Line이나 R 모델 같이 고성능 스타일을 뽐내는 것도 좋겠지만 약간의 소소한 매력이 느껴지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까?

스티어링 휠 뒤로 보이는 계기판은 ‘역시나 폭스바겐’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간결하고 시인성에 초점을 맞춘 계기판은 언제 봐도 거부감이 없다. 폭스바겐의 계기판을 보면 어색한 컬러 디스플레이를 쓰느니 차라리 명료한 구성이 돋보이는 흑백 처리가 낫다는 생각이 든다. 큼직하게 그려진 두 개의 원형 클러스터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근래 등장한 폭스바겐 차량들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다소 들쭉날쭉한 모습이 있는데 더 뉴 파사트 1.8 TSI에 적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2016년에 데뷔한 차량에 적용된 것이라고 하기엔 시간의 흔적이 너무 강하게 남아있다. 펜더 사의 사운드 시스템이 더해진 건 만족스럽지만 막상 내비게이션, 라디오, 블루투스 연동 외에는 활용할 기능이 없어 보인다.

더 뉴 파사트의 실내 공간은 넓은 휠베이스를 확보한 만큼 넉넉하게 마련되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1열 시트의 크기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체격이 큰 운전자라면 마치 ‘낑겨 앉은’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고, 시트 포지션 자체가 높아서 헤드 룸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신 레그룸이 넓은 것이 위안이다.

2열 공간은 시각적으로 무척 넓은 공간으로 느껴진다. 실내 공간의 패키징을 신경 쓰려 2열 레그 룸을 무척 넉넉하게 확보했고 루프 안쪽을 파내서 헤드룸을 확보했다. 엉덩이 시트가 조금 짧은 듯 하지만 장거리 주행을 하더라도 운전자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을 수준을 확보했다. 1열과 2열 모두 약간씩 아쉬움은 있지만 ‘중형 세단’으로는 충분했다.

한편 트렁크 공간은 529L의 적재 공간을 갖추고 있어 동급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트렁크 게이트 상단의 트리거를 당겨 간단하게 2열 시트를 접을 수도 있어서 많은 짐을 적재할 때에도 무척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트렁크 내부 공간의 디자인이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어 부피가 큰 짐이라도 손쉽게 적재할 수 있다.

세계가 인정한 1.8 TSI 엔진

더 뉴 파사트의 보닛 아래에는 워즈오토(Ward’s Auto)의 10대 엔진상(2015 Ward’s 10 Best Engines)’을 2년 연속 수상한 1.8L TSI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최고 출력 170마력 25.4kg.m의 토크를 확보한 이 엔진은 1,500RPM부터 4,750RPM까지 최대 토크를 발휘하며 ‘꾸준하고 점진적인 가속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6단 팁트로닉을 조합해 정시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7초를 필요로 하며 최고 속도는 190km/h에 이른다. 정부 공인 표준 연비는 복합 연비 기준 11.6km/L(도심 10.0km/L 고속 14.4km/L)이다.

탄탄한 기본기, 물이 오른 경쟁력

기어 레버 측면의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실내 공간을 살펴봤다. 넓은 시야와 공간을 제공하는 인테리어와 쥐는 맛이 좋은 스티어링 휠 그리고 시인성이 좋은 계기판의 조합은 그 자체로도 만족스러웠다. 혹시 드라이빙 모드를 바꿀 수 있을까 주변을 찾아봤지만 기어 레버 옆은 한산했고, 특별히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진동이나 소음은 무척 억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다만 기어를 D로 옮긴 후에는 기어 레버를 통해 자잘한 지동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디젤 차량들이 범람함 30~40kg.m의 대 토크를 자랑하는 차량들이 흔해서 그런지 가솔린 엔진의 25.4kg.m의 토크가 밋밋할거란 착오를 품고 엑셀 페달을 밟았다.

RPM을 가리키는 바늘이 매끄럽게 치솟으며 경쾌한 발진이 돋보인다. ‘가솔린 터보 엔진이지..’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순간 스쳐지나갔다. 폭스바겐의 다른 TSI 엔진들과 마찬가지로 낮은 RPM에서는 살짝 거친 엔진음이 들리는 듯 하지만 RPM이 오름에 따라 이내 가솔린 특유의 부드러움이 이를 상쇄시킨다.

2.0L 자연흡기 보다 배기량을 낮췄지만 터보를 더한 만큼 넓은 RPM 영역에서 충분한 토크를 확보한 만큼 한번 가속하기 시작한 더 뉴 파사트의 움직임은 좀처럼 지친 기색이 없고 고속 영역으로 속도를 끌어 올려도 좀처럼 힘든 기색이나 실내에 불필요한 잡음을 전달하지도 않았다. 덕분에 펜더 사운드 시스템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 충분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변속기의 조합이다. 6단 팁트로닉에 대한 의문이나 부정은 아니지만 디젤 차량에서도 부드러운 DSG 매칭을 선보인 폭스바겐이 가솔린 엔진에 일반 토크 컨버터 방식의 변속기를 조합한 건 어딘가 아쉬움이 느껴졌다. 물론 변속기 자체의 반응 속도나 수동 조작에 따른 반응 그리고 부드러운 출력 전달 등 변속기 자체의 경쟁력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북미 시장을 타겟으로 한 차량이라고는 하지만 드라이빙의 감각에는 독일 브랜드 고유의 맛이 살아있다. 탄탄한 차체와 완성도 높은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는 산뜻하면서 편안한 셋업이며 스티어링 휠 조향에 따른 반응이나 차량 전체적인 움직임 또한 가볍다. 이는 주행 중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셋업이라 느껴지는데 장거리 주행이 많은 미국 시장의 성향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물론 주행 중 간간히 독일 브랜드의 감각이 느껴진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노면의 충격을 받아내는 스타일이지만 운전자가 조금이라도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원하는 것 같으면 약간의 롤을 허용하면서도 독일차 특유의 경쾌하고 탄탄한 반응이 느껴진다. 물론 정통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모델만큼 날카롭지 않고 다양한 상황을 포용하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이 있다 보니 최근 승차감을 한층 향상시킨 셋업을 앞세우고 데뷔한 중형 세단들과 직접적인 비교를 하면 다소 건조한 느낌이다. 물론 이 건조함이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더욱 큰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아빠의 차’인 중형 세단에게는 어쩌면 단점이 될 수 있는 영역이다. 물론 합리적인 가격 안에 평범한 중형 세단과 독일차 고유의 맛을 공존시켰다는 점은 어쩌면 또 다른 매력으로 어필될 요소니 개인에 따라 그 평가가 갈릴 것 같다.

물론 완벽한 차량이 없듯 더 뉴 파사트 역시 주행을 하다보면 2%씩 부족한 느낌이 들 가 있다. 가속력도 조금 더 우수했으면 좋겠고, 스티어링 휠의 반응도 더 빨랐으면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승차감이 조금 더 좋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돌이켜 보면 각 부분에서 조금 더 우수했음을 바라는 생각이 드는 건 각 부분에서 평균 이상의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더 뉴 파사트는 여전히 파사트 고유의 착실한 기본기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점

탁월한 기본기와 신뢰도 높은 파워트레인의 조합은 물론 넓은 실내 공간이 돋보인다.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 것 역시 더 뉴 파사트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안좋은 점

더 뉴 파사트는 페이스 리프트가 전해줘야 할 신선함이 다소 부족했다. 그리고 유럽에서 출시된 8세대에 왠지 눈길이 간다.

탁월한 기본기를 담아낸 완성도 높은 중형 세단

흔히 말해 끝물이라고는 하지만 좋은 차는 시기를 타지 않는다. 파사트는 과거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화려함은 떨어질 수 있어도 기본기만큼은 꾸준했다. 더 뉴 파사트는 이러한 기조에 시대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치장을 더한 차량이다. 디자인, 파워트레인은 물론 실내 공간이나 주행 전반에 걸쳐 더 뉴 파사트는 외면하지 못할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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