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저신용·저소득층의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내 회의에서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언급하면서 이자율 제한, 금융기관 공동기금 마련, 인터넷 전문은행의 의무 준수 강화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뒤이은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어려운 사람 대출(이자)이 더 비싸다. 우량고객에게 금리 부담을 더 지우고 어려운 이들에게 좀 더 싸게 빌려주면 안 되나”라는 내용의 말을 했다.
금융 약자를 배려하자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이런 종류의 주장이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대출이자나 세금에서 나타나는 역진성은 그 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선동이나 궤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만 빚어지는 일도 아니다. 역진성 문제가 아니더라도 ‘어려운 시기에 약자를 돕자’는 말 자체는 누구도 외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금융에는 금융시스템을 가동하고 유지, 발전시키는 원칙이 있다. 사회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작동의 기본 원리가 지켜져야 해당 시스템이 지속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시장 가격인 금리에 정부가 개입하면 고의적인 대출 상환 노력 기피 등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 고신용자가 그에 따른 대우를 받지 못하면 금융소비자들이 신용도를 높게 유지할 이유가 줄어든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는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밖에 없다. 저신용자가 저금리로 대출을 받도록 법이 강제하면 금융권은 어떤 방법으로든 이들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여나갈 것이다. 이들이 사금융으로 내몰리면 결과적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자 연체기록을 없애주는 신용사면에서도 3분의 1이 다시 연체한다는 신용평가사들의 통계가 있다. 성실하게 이자를 갚는 금융소비자에게 ‘나만 바보’라는 생각이 들게 해선 안 된다. 각종 정책금융이 저소득층과 저신용자에게 고루 퍼지게 하는 노력은 중요하다. 정부 예산을 통한 금융지원도 효율성만 제고한다면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선별적 금리 개입은 저급한 관치금융이 될 것이다. 한국이 아프리카 저개발국보다 금융 후진국이라는 지적을 계속 받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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