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81)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거세지는 후보 사퇴 요구에 일축하며 대선을 끝까지 치르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여전히 쉰 목소리로 시종일관 인터뷰를 하는 등 정치적 위기에서 탈출할 징후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ABC방송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해 거세게 일고 있는 후보 사퇴론과 관련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설 최고의 적임자라고 자신했다. 그는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고 셔츠 단추 두개를 풀어놓는 등 보다 젊고 강인한 인상을 주려고 애를 썼다.
그는 “나보다 대통령이 되거나 이번 선거에 승리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재임 중 자신의 정책 성과를 열거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그는 “결실을 볼 수 있는 중동 평화 계획을 마련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를 확장했고, 경제를 활성화했다”며 “트럼프가 재선하면 경기가 후퇴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지 능력 검사를 받겠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매일 인지력 및 신경 검사를 받고 있다”면서 “누구도 내게 인지력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오늘 영국 신임 총리와 통화했고 매일 국가 중대사를 결정한다”고도 했다. 여전히 국가 중대한 사항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본인의 인지 능력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 4년 더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정신적ㆍ육체적 능력이 충분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나는 이 나라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올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출마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 주장에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제가 살펴본 바로는 그가 28번이나 거짓말을 했다”면서 “글쎄, 나는 그냥 나쁜 밤을 보냈다”고 피해 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여론조사에서 격차가 점차 늘어나는 것도 현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여론조사 기관은 박빙이라고 말한다”며 “자신이 틀렸다는 위험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ABC인터뷰에 나선 것은 지난주 CNN 대선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완패를 하면서 이를 반전시키기 위한 차원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토론 직후인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등록유권자 15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9%로, 바이든 대통령(41%) 대비 8%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 이전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6%포인트 앞섰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3%포인트가 상승한 것이다.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는 대선 후보 교체론이 거세게 일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은 수십년 정치인생에서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일각에선 지지율이 40% 이하로 떨어질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며칠간 본인이 향후 4년간 미국을 이끌어갈 적임자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정권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 역시 그는 여전히 쉰 목소리로 유권자의 마음을 돌릴 만한 자신감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주 목요일 대선 토론보다는 나아지긴 했지만, 2020년 토론에서 강한 목소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은 보이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미국 언론의 평가다.
바이든 사퇴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인터뷰로 그들의 입장을 전환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인터뷰가 바이든 우려를 씻을 만한 기여가 거의 없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현실에 대해 부인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하원의로서 공개적으로 처음으로 바이든 대통령 하차를 촉구한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텍사스주)은 CNN과 인터뷰에서 “지난 화요일 바이든 사퇴를 요구했을 때보다 오늘 그가 물러나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꼬집었다.
마이크 퀴글리 하원의원(일리노이주)도 “바이든은 자신의 결함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활력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그룹은 강한 신뢰를 보여주며 바이든 구하기에 나섰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델라웨어주)과 로버트 가르시아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 등은 “대통령과 함께 하겠다”며 11월 선거까지 바이든을 끝까지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