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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간음’은 강간죄 구성 요건을 ‘동의하지 않았을 경우’로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정도’에 해당할 때 강간죄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비동간은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일 경우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
앞서 여가부는 26일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며 형법 제297조의 강간구성요건을 ‘동의여부’로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번복했다.
여가부 발표 뒤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법(비동간)이 도입되면 합의한 관계였음에도 이후 상대방 의사에 따라 무고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동간은) 성관계 시 ‘예’ ‘아니오’라는 의사표시도 제대로 못 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성인남녀를 평가절하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뭐? 비동간? (비동의 강간죄)”이라는 짧은 글을 올려 우회적으로 반발했다.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26일 오후 법무부 출입기자단에 “비동간 신설 논의는 성범죄의 근본 체계에 관한 문제이므로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대 취지의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여성단체 “비동간은 세계적 흐름”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222개 단체는 27일 성명을 통해 “법무부 장관은 양성평등기본법 제11조와 시행령 제8조에 의거한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이라며 “양성평등기본법은 성평등 국가책무를 담고 범부처의 책무를 체계화한 법인데 법무부는 이를 무시하고 나선 것이냐”고 지적했다.
단체는 “비동의 강간죄는 20대 국회 시기 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발의하여 5개 정당 10개 국회의원실이 대표발의했던 법안”이라며 “한국이 비준하고 있는 국제규약도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2006년 제2차, 2017년 제3·4·5차에서,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1년 제7차, 2018년 제8차 최종견해에서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하고, 배우자 강간을 범죄화할 것을 권고했다.
◇진중권 “비동간 반대? 안희정·박원순 구명운동이냐”
비동간 입법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자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27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비동간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판례로 들어와 있다. 안희정 사건의 경우 1심서 무죄가 나왔지만, 2심서 아주 적극적으로 해석해 유죄가 됐다”며 “(비동간은) 이미 판례로 성립이 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박원순 시장 건도 마찬가지”라며 “(비동간에 반대하는) 이분들이 지금 해야 될 건 안희정·박원순 구명운동을 해야 된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여당서 주장하는 무고죄 가능성에 대해 “대한민국 형법서 무고죄 가능성을 배제하는 형법이 있나. 모든 형법은 다 무고죄 여지가 있다”며 “그 무고의 가능성은 입법 과정에서 따지면 될 일이지 입법 자체를 못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비동간 반대는) 이른바 이대남들을 겨냥한 정치적 판단”이라며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