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다사다난했던 2021년, ‘신축(辛丑)년’ 코로나19의 맹위는 여전했다. 팬데믹 공포와 방역의 일상화, 일상의 고립과 단절은 전 세계인의 삶을 바꿔놓았다. 글로벌 공급망과 물류망은 마비됐고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협에 노출됐다. 막대한 유동성을 쏟아낸 ‘제로 금리’ 시대는 종결의 시작을 알렸고 미·중, 미·러 갈등 고조로 새로운 냉전 시대로 회귀했다. 메타버스 등 가상과 현실의 융합세계가 출현하는 등 디지털전환은 가속화됐고 기업경영 측면에선 ‘ESG’가 새로운 경영의 표준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한 해였다. 다음은 이데일리가 꼽은 올해의 국내외 10대 뉴스다.
●‘이재명 vs 윤석열’ 역대급 막장대선
20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역대급 막장대선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대한민국을 리모델링할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은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상대 후보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판을 치면서 시중에는 “뽑을 사람이 없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두 이른바 가족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역대 대선에서도 여야 후보간 비방·폭로전이 없지 않았지만 차기 대선은 유독 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른 국민들의 정치혐오 현상도 커지고 있다.
●‘30대 0선 당 대표’ 이준석 신드롬 강타
이준석 신드롬이 올 한해 여의도 정치권을 강타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단 적이 없는 36세의 젊은 정치인이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박근혜키즈로 정치권에 등장한 이후 10년 만이었다. 이준석 대표 체제의 등장은 보수재건의 신호탄으로 정권교체를 염원한 당원과 국민들의 선택이었다. 이는 헌정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한국 정치사의 혁명이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정치권의 세대교체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전두화·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
대한민국 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전 대통령과 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각각 세상을 떠났다. 과거 군부정권의 1·2인자가 사망하면서 한국현대사의 한 페이지가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5월 광주’라는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에 원죄를 가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달랐다. ‘5.18’에 대한 반성과 사과 여부였다. 노 전 대통령은 유족들을 통해 사과와 함께 용서를 구했다. 반면 전 전 대통령은 역사적 과오에 대한 사죄없이 끝내 생을 마감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막 내린 제로금리 시대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역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내렸던 한국은행이 지난 8월 1년 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급기야 11월에 또 한 차례를 인상해 기준금리를 1.0%까지 높였다. 막대한 유동성을 쏟아낸 ‘제로 금리’ 시대를 마무리하는 사건이었다. 한은은 애초 초저금리로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상승 등 금융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고 했지만 이후 경기 회복세와 글로벌 공급 병목으로 인플레이션까지 고조되자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코스피 3300 돌파…동학개미 떠나고 서학개미 뜨고
코스피는 올해 3300선을 넘기면서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종가 기준 코스피 최고치는 지난 7월6일 기록한 3305.21이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현재 3000선에 머물러 있다.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에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올해는 미국 등 선진국 증시 강세로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역대급으로 몰렸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지난 11월 기준 1021억3000만달러로 사상 최초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아파트값 고공행진, 임대차시장은 불안, 늘어나는 세부담
올해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높은 폭으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전년말대비 20.18% 상승했다. 지난 2002년 (22.78%) 이후 19년만에 최대 상승세다. 다만 연말 들어 가격 오름세가 주춤한 상태다. 전월세 시장은 임대차보호법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중가격과 세입자와 집주인간 갈등이 증폭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집값 급등과 공시가 현실화, 세율 인상 등으로 세부담이 크게 늘면서 조세저항은 커지고 있다. 올해 종부세는 5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넘게 급증했다.
●코로나 팬데믹…상처만 남긴 위드코로나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만에 시작한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지난달 1일 시행 이후 45일만에 일단 멈췄다. 하루 확진자 1만명까지 감당할 수 있다던 정부의 예상과 달리 위드코로나 이후 하루 확진자가 7000명대로 급증하며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달 들어 전국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어서고 재원중인 위중증 환자가 1000명대로 급증하자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2주간의 방역 강화를 선택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 속에 위드코로나 복귀 시점은 아직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락가락 방역지침에 무너진 자영업자
지난 11월 위드 코로나가 중단되면서 연말에 전국적으로 오후 9시까지 영업제한, 4인까지 모임 축소, 백신 미접종자 제외 등 강력한 방역조치가 단행됐다. 이같은 오락가락 방역지침은 자영업자들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2021년 KB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소상공인 매출은 평균 24% 감소했다. 앞으로 3년간 코로나가 지속될 경우 매장 휴폐업을 고려한다는 소상공인은 48%에 달했다. 정부가 손실보상 등 지원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탄소중립…ESG 경영 확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유행처럼 번졌다. “탄소 중립과 ESG를 실천하지 않으면 투자를 접겠다”는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사들이 으름장을 놓자 우리 정부도 ‘수소경제 선도 국가’ ‘2021년은 ESG 확산의 원년’이라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투자의 패러다임전환을 넘어 자본주의의 틀 자체를 뒤흔들 정도로 탄소중립과 ESG의 위력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세계 에너지 가격 폭등·요소수 대란 등 탄소 중립과 ESG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기업이 스스로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을 외부 잣대로 제한하면서 이른바 ‘ESG 사회주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메타버스’…디지털 전환 가속화
메타버스(Metaverse)는 올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최대 이슈였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와 현실을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가상융합세계를 뜻한다. 로블록스, 더샌드박스 등 국외 메타버스가 시장을 강타하면서 네이버제트 ‘제페토’, SKT ‘이프렌드’, 두나무 ‘세컨블록’ 등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컴투스 등 게임 기업도 속속 뛰어들었다. 메타버스는 사람 같은 반응을 보이는 초거대 인공지능(하이퍼스케일 AI)과 디지털 재화에 소유권을 부여하는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기술 그리고 증강·가상현실(AR·VR) 등 각종 ICT 혁신을 품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