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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소폭 반등세를 타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암호화폐 반등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기관 매수세가 재가동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다만 아직은 기술적으로 박스권을 뚫기 녹록지 않아 보인다.
5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9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1.8% 이상 상승한 75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은 1% 이상 올라 6580달러를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중순 이후 6500~6800달러의 좁은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다. 변동성은 무려 21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일단 6800달러 돌파 여부가 향후 본격 상승을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다만 니콜라 라직과 같은 전문가들은 6500달러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비트코인 가격은 기술적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 5700달러선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알트코인도 동반 상승하고 잇다. 이더리움이 1.6% 상승하며 25만원대를 회복했고 리플과 이오스, 라이트코인, 트론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캐시와 NEM 정도만 하락하고 있다.
기관투자가 재유입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월가 최초의 암호화폐 전문 리서치업체인 펀드스트랫 글로벌어드바이저가 기관투자가와 트위터 유저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관투자가의 72%가 경기 침체기에 암호화폐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위터 유저들도 절반 이상인 59%가 이에 동의했다. 다만 기관투자가의 56%는 앞으로 18개월 내에 경기 침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총 25곳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9500명 이상의 트위터 유저를 대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됐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35%가 암호화폐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 변수로 ‘중앙은행’을 꼽았고 그 다음으로 ‘이머징마켓’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뒤를 이었다. 또한 기관투자가들의 50% 이상(54%)이 암호화폐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고 답한 반면 트위터 유저들의 경우 44%만이 바닥을 찍었다고 응답했다. 또 투자할 때 가장 선호하는 암호화폐로는 기관투자가들의 59%가 비트코인을 선정한 반면 트위터 유저의 46%는 리플코인(XRP)을 지목했다. XRP를 지목한 기관투자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경제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경기가 침체(recession)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 경우 주식 가격이 하락하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국채 가격이 상승(=국채 금리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대로 라면 이 상황에서 국채와 암호화폐가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서클(Circle)이 올해 인수한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플로닉스(Poloniex)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암호화폐 담보대출과 신용거래를 없애기로 했다.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에 맞춰 투자자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조치지만 이로 인해 일부 투기적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설립된 이후 올해 4억달러에 서클에 매각된 폴로닉스가 투자자들이 더 큰 자금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도록 신용으로 자금을 빌려주거나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매수자금을 빌려주는 상품들을 올 연말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폴로닉스측은 구체적인 규제 근거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런 조치를 통해 규제당국이 거래소에 요구하는 모든 기준을 만족시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폴로닉스는 시네레오(AMP)와 엑스팬스(EXP), 그노시스(GNO) 등 3개의 암호화폐를 오는 10일부터 상장 폐지하기로 했다. 10일부터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이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해당 자산을 인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