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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온 편지] 39.브렉시트가 왕가에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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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선 기자I 2018.04.05 08:25:59
왕실 가족의 선호도 조사(청록색: 긍정적, 회색:모르겠다, 연두색:부정적)
(출처=유고브)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윌리엄 왕세손 부부의 세 번째 자녀 출산, 해리 왕자 결혼, 유지니 공주 결혼 등 올 한해도 영국 왕실은 세계의 이목을 끌 이벤트들이 많습니다. 영국 TV와 신문들도 여왕은 물론, 지난 2011년 결혼과 동시에 미디어 관심을 독차지 하고 있는 윌리엄 왕세손 가족, 그리고 미국 여성과 결혼을 약속하면서 새롭게 미디어의 중심에 선 해리 왕자 커플 소식을 빠짐없이 내보내고 있죠.

물론 왕족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관심은 무조건 호의적이지는 않습니다.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계급주의를 대표하며 세습된 온갖 특권을 누리는 왕실이 꼭 존재해야하느냐는 논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해리 왕자의 결혼 스케줄이 정해지자 일각에서는 영국 복지의 근간인 국민보건시스템(NHS)이 예산 부족 등으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의료진들의 노동 강도도 심해지는 가운데 과연 국민 혈세로 해리 왕자의 럭셔리한 결혼식 비용과 허니문 비용을 대야하냐는 비판도 나왔었죠. 해리 왕자 결혼 비용은 결국 왕실이 부담하기로 하면서 논란은 완화되는 모습입니다.

데일리미러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윌리엄 왕세손 결혼식 때는 여왕, 찰스 왕세자, 윌리엄 아내 케이트의 친정에서 예식 비용, 꽃 등 장식 비용, 웨딩 리셉션, 허니문 비용을 분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결혼식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경찰 인력 5000여명을 투입하고, 결혼식 이후 거리 등을 치우는데 국민들의 세금이 쓰였죠. 당시 결혼식에 쓰인 세금은 1000만~2000만 파운드(약 150억~300억원)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왕실 가족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미디어 노출 빈도 등을 보면 왕족에 대한 영국인들의 관심이 지대할 것 같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작년 말 해리 왕자 약혼 발표 이후 시장조사기관 유고브 조사에서 해리 왕자의 약혼에 대해 응답자의 52%가 ‘관심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9%는 ‘기쁘다’고 답했으며 4%는 ‘실망했다’, 나머지 6%는 ‘모르겠다’고 답했고요. 세부적으로 각각 65세 이상, 보수 성향, 여성 그룹에서 ‘기쁘다’는 응답이 ‘관심없다’ 응답보다 많게 나타났고, 스코트랜드지역(62%), 남성(62%), 노동당 성향(59%) 그룹에서는 ‘관심없다’가 절대적으로 많았고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해 영국 왕실의 일원들은 왕실 대대로 물려온 엄청난 재산을 바탕으로 일정한 직업 없이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국가가 지급하는 왕실보조금도 있죠. 영국 재무부는 영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 국빈 접대 등 왕실의 공식적인 업무 수행과 왕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 왕궁 유지 등에 쓰도록 왕실 부동산 임대 수익 등으로 이뤄진 왕실보조금을 지급합니다. BBC에 따르면 2018~2019년 여왕이 받는 보조금은 8220만파운드(약 1227억원)에 달합니다.

여왕은 정치 문제에 있어 중립을 유지하고, 투표도 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다만 매년 의회 개시 선언 같은 상징적이고 형식적인 역할을 할 뿐이죠.

공식적으로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들은 실제 법이 되기 위해 여왕의 승인을 받아야하지만 지난 1707년 이후 어떤 군주도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해 승인을 거부한 적은 없습니다. 여왕은 종종 영국 총리나 세계 각국의 정상 등 정치적인 인물들과의 만남이 잦지만 정치적인 문제에 있어 목소리를 내지는 않습니다.

여왕의 직계 가족들은 일정한 직업 없이 여왕의 업무를 보필하는데 투입됩니다. 국빈 접대, 각종 파티, 자선활동, 해외 순방 등의 업무를 돕죠. 여왕의 손자인 윌리엄은 공군 앰뷸런스 조종사로 일하다 여왕의 업무를 더욱 적극적으로 보좌하기 위해 관뒀고요.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왕실의 이런 활동의 결과가 실제 영국 경제에 기대만큼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왕실 유지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군주제를 없애는 것이 경제적으로 득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대로 군주제 유지를 주장하는 쪽은 윌리엄 왕세손 결혼식 때처럼 왕실이 해외 관광객들의 영국 방문을 유발하며 경기부양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왕실이 국민 단결이나 국가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점을 꼽습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브렉시트) 결정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정부는 어수선하며 해외에서의 영국의 위상도 휘청이는 지금이 아이러니하게도 왕실로서는 존재의 필요성을 다지는 기회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 협상 난항으로 정부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경제에 대한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왕실이 그나마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수백년간 이어져오며 그 자리에 굳건히 버티고 있는 안정적인 존재죠. 영국 국민 단합과 해외에서의 영국 국가 이미지 개선에 왕실만큼 적당한 수단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실제 윌리엄 왕세손 부부나 해리 왕자 커플 등 젊은 로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국민 단합과 해외에서의 영국의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는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결정 투표 이후 지금까지 프랑스, 독일, 폴란드, 벨기에,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을 방문해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요청했죠. 또한 과거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 영연방 국가에 속한 캐나다 등을 방문해 영연방 탈퇴 분위기를 달래는데도 기여했습니다.

90세가 넘은 엘리자베스2세 여왕은 머지않아 60년 넘게 갖고 있던 왕권을 찰스 왕세자에게 물려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왕실 안팎과 국내외 변화에 대응해 영국 왕실이 어떻게 꼭 필요한 존재로 역할을 재정립해 나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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