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톺아보기]'○○캐피탈' 들여다보기

박수익 기자I 2016.03.05 09:50:22

케이비캐피탈·아주캐피탈 할부금융전문사
신차할부금융 주력사업…치열한 경쟁구조
케이비캐피탈, 올해부터 쌍용차 캡티브업체
아주캐피탈, 소액주주 차등배당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캐피탈’이라는 이름이 붙은 상장종목은 다소 먼 느낌이고 생소할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여신전문금융회사입니다. 줄여서 ‘여전사’라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 가량 2% 금리로 끌어와서 고객에서 4% 금리로 다시 빌려주면 2%포인트의 이자마진이 생기죠. 이것으로 먹고사는 곳입니다. 은행과 비슷해 보이지만, 은행은 여신기능과 함께 고객의 예금을 받는 ‘수신’ 기능도 있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그중에서 다시 ‘할부금융회사’로 구분되는 곳들이 19곳 있습니다. 소비자가 일시불로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제품, 대표적으로 자동차나 주택을 구입하고자 할 때 구입자금을 대여해주고 이자를 받는 곳이죠.

주식시장에 상장된 할부금융회사 중 대표적 종목은 아주캐피탈(033660), 케이비캐피탈(021960)이 있습니다. 증권사 보고서를 찾아보니까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캐피탈업종을 분석하는 보고서 숫자가 다소 적습니다.

Q:자동차할부금융의 수익구조는

자동차를 사면 보통 차값을 일시불로 내는 경우보다는 매달 이자를 얼마씩 내면서 할부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죠. 캐피탈업체 중에는 개인이나 기업 신용대출을 주로 하는 곳도 있지만, 오늘 말씀드리는 케이비캐피탈과 아주캐피탈의 주된 사업은 자동차할부금융입니다. 물론 이곳들도 개인·기업 신용대출로 일부 취급합니다.

예컨대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의 신차를 산다고 가정해봅니다. 저도 수년 전 기아차가 제조한 차량을 구매했습니다. 그때 신차 할부로 샀는데 제가 할부금융사 금리를 비교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고 딜러가 추천해준 곳으로 했죠. 당시 제가 이용한 할부금융사는 현대캐피탈이었습니다. 현대기아차의 계열사이죠. 비상장사입니다.

현대·기아차에서 나온 신차를 할부로 구매하시는 분들 3명 중 2명은 저처럼 현대캐피탈을 이용하게 됩니다. 현대·기아차 할부금융시장의 60~70%는 현대캐피탈이 점유하고 있고, 현대캐피탈이 흡수하지 못하는 30~40%를 다른 캐피탈회사들이 경쟁해서 나눠 가집니다.

그런데 만약 현대·기아차가 할부금리를 파격적으로 1~2% 또는 무이자로 정해서 어떤 차종을 판매하는 행사를 한다고 하면, 해당 신차할부 고객은 60~70%도 아니고 그냥 100% 현대캐피탈을 이용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유가 있는데요.

할부금리 1%를 제시했다면,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말 그대로 금리 1%만 내면 됩니다. 하지만 캐피탈업체가 고객들에게 1% 금리로 돈을 빌려주면 역마진이 심하게 납니다. 이 업체들도 어딘가에서 돈을 빌려 와서 다시 빌려주는 사업으로 먹고사는 구조라고 설명 드렸습니다. 예를 들어 빌려올 때는 3% 금리를 지불했는데, 고객들에게는 1%로 빌려준다면 앉은자리에서 2%포인트 손해보고 들어가는 장사이죠.

그런데 현대기아차와 현대캐피탈 사이에는 ‘금리정산약정’이라는 것이 맺어져 있습니다. 5% 금리정산약정을 맺었다고 가정해봅니다. 그러면 소비자들한테는 1% 할부금리를 받고 나머지 4%에 해당하는 금리차이는 약정에 따라 현대기아차가 보전해줍니다. 이렇게 되니까 현대캐피탈은 역마진이 나지 않고 오히려 이자마진을 얻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현대캐피탈이 할부금융업체의 ‘금수저’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할부금융사들이 이자수익을 거두려면 최소한 금리를 4.5~5%는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1~2% 파격할부조건으로는 이를 만회할 방법이 없으니 현대기아차가 초저금리로 할부 행사를 하면 현대캐피탈 외에 다른 캐피탈회사들은 적어도 현대기차아에 대한 영업활동은 쉬어야하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현대기아차와 현대캐피탈 사이에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국·내외에서도 보편화된 영업 패턴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르노삼성도 알씨아이(RCI)파이낸설서비스코리아라는 전담할부금융사가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케이비·아주캐피탈은 무엇으로 돈을 버나

모든 현대기아차 신차 할부에 초저금리가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어떤 차종에서 6% 할부금리를 적용한다고 하면, 캐피탈회사들이 ‘우리는 5% 정도 금리를 주겠다’고 해서 고객들을 모을 수 있고요. 현대기아차나 르노삼성은 전속할부금융사가 있지만, GM대우는 전속할부금융사가 없습니다. 그럼 GM대우 신차할부시장은 모든 캐피탈회사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경쟁하는 것이죠. 현대캐피탈이 현대기아차와 맺었던 것처럼, 이들도 GM대우와는 금리정산약정을 맺어서 영업합니다.

현대기아차와 현대캐피탈처럼 계열관계로 맺어지면, 해당 할부금융사를 캡티브(Captive)업체라고 합니다. GM대우와 케이비·아주캐피탈의 관계처럼 계열은 아니지만 금리약정이 맺어져 있으면 세미캡티브(Semi-Captive)업체라고 합니다.

또 수입차 같은 경우도 BMW·벤츠·폭스바겐은 자체 전속할부금융사가 있지만, 다른 수입차브랜드는 전속금융사가 없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회사의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케이비·아주캐피탈과 같은 회사들의 영업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신차할부금융 외에도 중고차할부금융도 있고, 개인이나 기업 대상으로 신용대출 업무도 합니다.

*자료: 대신증권
Q: 케이비(KB)캐피탈의 상황은

케이비캐피탈은 현재 KB금융의 자회사이지만 1989년 한미리스로 출발했고 한때 쌍용차 전담할부금융사로 쌍용캐피탈로도 활동했고, 2014년 KB금융 계열로 편입됐습니다.

케이비캐피탈은 올해부터 좀 달라지는 영업환경이 있습니다. 쌍용차는 현대기아차, 르노삼성과 달리 한동안 전담할부금융사가 없었는데요, 작년에 쌍용차와 케이비캐피탈이 손을 잡고 51대49로 합작투자해서 ‘SY(쌍용의 약자)오토캐피탈’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영업을 시작했고요. 그러니까 쌍용차 신차할부시장에서는 케이비캐피탈도 이제 캡티브(Captive)업체가 된 것이죠.

작년에 나온 한 증권사의 보고서를 보면, 케이비캐피탈이 쌍용차 시장점유율의 50%를 가져가면 연간 4000억원의 신규취급물량(이익규모가 아닌 영업자산규모입니다)이 생긴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올해초 통계를 보면 이 회사가 쌍용차 할부금융물량의 60%, 그러니까 쌍용차 신차를 구입하는 10명 중 6명인 이 회사의 할부금융을 이용한다는 자료가 나옵니다. 그럼 신규 매출이 더 늘 테니까 기존보다 일단 영업기반이 탄탄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쌍용차가 전체 자동차시장 내수기준 10%가 되지 않기 때문에 쌍용차 물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고요, 다른 시장도 계속 개척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아주캐피탈 영업자산 비중> *자료: 대신증권
Q: 아주캐피탈의 상황은

아주캐피탈과 케이비캐피탈과 경쟁사입니다. 그것도 신차할부시장에서 아주 치열한 경쟁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케이비캐피탈이 쌍용차 신차할부시장을 많이 가져갔으니까 아주캐피탈은 GM대우나 수입차 시장 중심으로 영업전선을 더 넓혀야하겠죠. 그래서 작년에 아주캐피탈은 수입차브랜드 가운데 포드·링컨을 만드는 포드사와 전속금융회사로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시장규모가 크지는 않죠.

그래서 차를 사지 않고 빌리는 할부리스 금융사업과 같은 분야의 비중도 늘린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주캐피탈은 배당 측면에서 주목하는 시각도 있는데요. 차등배당을 하는 곳입니다. 대주주보다 소액주주의 배당금이 조금 높습니다. 소액주주 기준 주당 배당금도 작년에 300원에서 올해 400원 높아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케이비캐피탈과 아주캐피탈은 어쩌면 우리가 멀게 느낄 수도 있지만,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실적이나 공시가 발표될 때 이전보다 조금 더 관심있게 읽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참고자료: 한국신용평가 ‘자동차금융시장 대해부, 경쟁사 간 우열은 아는 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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