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직장인 김모씨에게 친한 학교 후배가 찾아왔다.
“선배, 저 보험설계 시작했습니다. 하나만 가입해주세요.”
워낙 친한 후배였던 터라 부탁을 뿌리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비싼 자전거 경품과 저녁 식사를 한 차례 대접받으며 보험계약서에 사인했다. 후배를 믿었기에 약관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
몇 년 뒤 그는 폐암 판정을 받았다. 그때서야 몇 년 전 가입한 보험 생각이 났다. 당연히 수술비와 입원비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충격으로 바뀌었다. 보험사에 확인해 보니 김씨가 가입한 보험은 건강보험이 아닌 ‘종신사망보험’이었던 것이다. 종신사망보험은 사망시에 사망보험금을 타는 보험이다. 결국 그는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누구나 한번쯤 지인이 권유하는 보험에 가입해 낭패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험설계사인 지인을 통해 보험 가입을 한다. 이 때문에 잘 알아보지도 않고 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험설계사들의 전문성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신입 설계사는 보통 2주에서 3주의 교육만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수천 가지의 조합이 가능한 다양한 보험상품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입을 권유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불안전 판매의 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보험 판매 수수료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김씨가 가입한 종신사망보험의 경우 판매수수료가 월 보험료 대비 평균 1022% (보험연구원 2012년 발표)로 건강보험의 평균 판매수수료 (500%)보다 2배 이상 높다. 만약 매달 50만원씩을 종신보험에 납부한다면 총 500만원 이상이 설계사 판매수수료로 지급된다. 후배가 김씨에게 비싼 저녁을 대접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에 저녁 식사 비용을 내고도 훨씬 더 많이 남는다.
그렇다면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가입할 수 있는 다이렉트보험은 어떨까? 설계사라는 유통구조를 한 단계 줄이니 가격이 내려가는 게 당연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저렴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니 반가운 일 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선진국과 달리 보험 상품의 구조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과거 80~90년대 고도 성장기에 높은 공시이율로 판매한 보험들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거 판매된 보험들의 공시 이율을 맞추려면 지금 가입하는 보험의 상품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게 하는 수밖에 없다.
반면 이미 고도 성장기를 거친 선진국에선 과거 고비용 보험상품들이 없기 때문에 상품 구조가 단순하다. 미국의 너드월렛 (Nerdwallet.com)과 유럽의 머니슈퍼마켓 (Moneysupermarket.com) 등 온라인에서 효율적으로 보험을 알아보고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이 있다. 이들 서비스는 철저히 고객의 편에서 보험가입을 돕고 있고 이러한 노력이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전체 보험가입자의 20%가 넘는 고객이 이러한 인터넷보험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인터넷에서 파악할 수 있는 상품 정보는 한계가 있다. 인터넷에서 옷을 구입할 때 구매 후 치수가 맞지 않거나 반품이 어려운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보험도 마찬가지이다. 다이렉트보험의 경우 설계를 고객 스스로 해야 할 뿐 아니라 사후관리 또한 스스로 해야 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특히 보험금 청구 때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어 크게 불편할 수 밖에 없다.
IT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은 아직 인터넷을 통한 보험가입율이 1% (생명보험협회 201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똑똑해지는 고객들의 기대에 맞춰 합리적인 보험가입의 방법이 계속적으로 등장할 것이고 보험가입의 패러다임 또한 긍정적으로 발전해갈 것이다.
▶마이리얼플랜(www.myrealplan.co.kr)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국내 모든 보험사의 상품에 대한 비교설계가 가능한 보험가입 플랫폼이다. 보험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2015년 초 런칭했다. 법인 설립 후 시카고대학 경제학박사, 조지워싱턴대학교 금융상품 연구원, 수학 박사 등이 참여해 보험상품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였고 이를 통해 많은 고객들에게 좋은 보험, 꼭 필요한 보험을 추천해주며 설계사들과 이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