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국내 1차 의료기관(병·의원급)에서만 한해 최소 500건 이상의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이 중 40%는 피부·비뇨·성형외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고려대의대 최재욱(예방의학교실)·김경희(환경의학연구소) 교수팀이 대한의사협회지 4월호에 발표한 논문(1차 의원 의료사고 현황분석)에 따르면 2010∼2012년 대한의사협회 공제회에 접수된 1차 의료기관의 의료사고 신고는 총 1천937건으로, 연평균 646건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중 공제회 중재로 합의가 진행 중이거나 민·형사소송 중인 504건을 제외하고 확정된 의료사고 1천433건을 분석했다.
의사협회는 현행 의료법 제21조에 근거해 의료분쟁에 따른 회원들의 피해보상을 지원하기 위해 1981년부터 공제보험사업을 시작, 회원 의원과 환자 간 합의를 목적으로 중재, 협의, 조정을 하고 있다. 공제회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은 30병상 미만의 의원급 소속 개원의 및 봉직의다.
분석 결과 공제회에서 처리한 연도별 의료사고는 2010년 490건, 2011년 511건, 2012년 432건으로 연평균 478건에 달했다. 의료사고를 진료과별로 보면 피부·비뇨·성형외과가 전체 의료사고의 40.6%(2010년 40.6%, 2011년 42.3%, 2012년 38.9%)를 차지했다. 개원가 의료사고 10건 중 4건이 피부·비뇨·성형외과에서 발생한 셈이다. 다음으로는 일반외과 35.0%, 내과 16.9%, 안과 3.6%, 산부인과 2.9%, 정신과 0.6% 등의 순이었다.
이같은 경향에 대해 연구팀은 마취와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진료과목에서 상대적으로 의료사고가 잦은데다 전통적으로 의료사고가 잦았던 산부인과 등이 의사협회 공제회를 떠나 자체 의사회 공제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의료사고 발생 전 의료행위는 수술 38.8%(556건), 치료 처치 29.4%(421건), 주사 14.2%(204건), 오진 6.6%(95건), 환자관리 4.3%(61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또 환자 예후는 한시적 장애가 86.4%(1천238건)로 가장 많았고, 치료결과 불만족 4.8%(69건), 사망 3.9%(56건), 영구 장애 3.6%(51건) 등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36.1%(517건), 경기 18.4%(264건), 부산 8.1%(116건), 대구 7.5%(108건), 인천 4.1%(59건) 등의 순으로 의료사고가 많았다.
의료사고 관련 의료진은 남성이 91.6%(1천313명)로 여성(8.4%, 120명)을 압도했지만, 환자는 반대로 여성이 68.0%(981명)로 남성(32.0%, 452명)의 갑절이나 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여성 환자가 많은 성형외과·피부과 등에서 사고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환자 연령대별로는 60대(25.3%, 364명)가 가장 많았다.
진료계열별 평균 사고 처리기간은 안과가 5년이 넘는 62.9주로 가장 길었고 피부·비뇨·성형외과 59.4주, 외과 46.4주, 내과 40.4주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진의 과실 및 보상 여부를 둘러싸고 환자와 병원 간 지루한 다툼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의사협회 공제회 자료를 이용한 것으로 매년 발생하는 1차 의원 의료사고로 일반화하거나 의료과실로 단정 짓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1차 의원급 의료사고의 전국적 현황과 다빈도 사고유형, 의료사고 선행행위, 치료결과 등을 분석한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경희 교수는 “의료사고 공개에 대한 폐쇄적인 사회분위기로 전체적인 의료사고 보고시스템 구축 등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다빈도 의료사고 유형을 분석하고 의료사고 예방 및 분쟁해소방안 마련하는 정책결정을 하는 데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