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최근 해킹당한 현대캐피탈의 고객정보중 계좌 비밀번호와 신용등급이 포함되는 등 해킹 피해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 고객 180만명과 캐피탈업계의 불안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현재까지 현대캐피탈 고객 180만명중 42만명의 기본 정보가 해킹 당하고 신용대출인 `프라임론` 고객 43만명중 1만3000여명의 금융 정보도 새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해커가 여러개의 IP(Internet Protocol) 주소를 사용해 정확한 피해 규모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해킹 피해 `42만명+α`..신용정보도 새나가
현대캐피탈 고객정보보호를 담당하는 황유노 부사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킹 당한 고객 정보가 더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42만명과 프라임론 피해고객이 중복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피해고객 총수는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현재까지 유출된 고객정보는 기본 정보 이외에 금융 정보가 포함돼 금융사고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민등록번호, 신용등급, 신용대출 `프라임론` 패스카드의 번호와 비밀번호 등이 해킹당했다.
황 부사장은 "프라임론 패스카드 정보는 현대캐피탈과 거래 외에 활용할 수 없다"며 "신용등급 자체도 금전적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고객에게 "전화로 개인정보, 홈페이지 ID, 패스워드 등을 요구할 때 각별히 주의하라"며 "11일부터 프라임론 패스카드를 재발급받고, 홈페이지 비밀번호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또 자동응답시스템(ARS) 거래를 막고, 거래 계좌를 변경하는 고객에게 고객 휴대폰으로 다시 전화해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 2개월간 해킹 당한지도 몰라..정태영 사장 "수치스러워"
현대캐피탈이 해킹 사실을 두달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대캐피탈 고객정보가 해킹당한 것은 지난 2월부터 조금씩 이루어진 것으로 현대캐피탈은 지난 7일 오전 9시 해커의 협박 이메일이 있을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현대캐피탈 보안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던 셈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7일부터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해킹수사를 의뢰해 범인 검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피해 규모와 범인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1일 정보기술(IT) 전문가로 대책반을 구성해 현대캐피탈 특별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이날 "개인적으로 죄송스럽고 수치스럽다"며 "현재까지 직접적이고 금전적 피해는 없고 고객 피해를 파악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또 "지금은 사태 전모를 확실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캐피탈업계에선 1위업체인 현대캐피탈이 해킹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이 당할 정도면 다른 캐피탈사도 안전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