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학선 문정현 기자] `우리 안 친합니다`
19일 한국은행 본관 15층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과 한사코 거리를 두려고 해 회의장에 한바탕 폭소가 일었다.
이날 한은 대회의실에선 김중수 한은 총재가 주재하고 국내 은행장들이 참석하는 금융협의회가 열렸다.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외환은행(004940) 인수를 추진하고, 산업은행도 뒤늦게 외환은행 인수의지를 밝히는 등 은행권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조짐인 가운데 열린 회의라 이날 회의장엔 2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회의 시작에 앞서 은행장들은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았다. 한 은행장이 "IBK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되겠네"라고 말을 건네자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우리가 인수하면 바로 1등이죠"라며 웃으며 받아 넘겼다.
하이라이트는 김정태 하나은행장이었다. 은행장들이 김 행장에게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 옆에 서달라고 하자, 김 행장은 한사코 빼며 클레인 행장 옆에 서길 꺼렸다. 한동안 옥신각신했지만 이긴 쪽은 결국 김 행장이었다. 김 행장은 클레인 행장과 떨어져 사진을 찍었고, 클레인 행장은 그 모습을 보며 싱긋 웃음을 지었다. 이를 지켜보던 기자들 사이에서도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
회의장 자리배치도 두 사람이 멀찍이 떨어져 않게끔 마련됐다. 출입구 근처에 김 행장이, 맞은편 대각선 쪽에 클레인 행장이 앉았다.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 등 민감한 시기라 주최측이 그렇게 준비한 듯했다. 반면 인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김정태 행장 맞은편에 앉도록 자리가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회의시작에 앞서 김중수 총재는 은행장들에게 최근 금리인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금리가 오르면 이자수익이 늘 것"이라고 하자 김 총재는 단기예금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을 거론했고 이 행장은 "유동성이 풍부해서…" 라고 짧게 답했다.
누군가 "시장은 (금리인상을) 환영하는 것 아니냐"고 말을 꺼내자 김 총재는 "다행이다. 시장이 예상했던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외여건이 영향이 커서 시장금리에는 큰 영향이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이날 협의회에는 김태영 농협신용대표이사, 민병덕 KB국민은행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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