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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동양종합금융증권이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보여주고 있는 행보에 IB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동양그룹은 동양생명 지분 3% 가량을 남겨놓고 46.5%를 보고펀드에 매각할 정도로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동양종금증권 또한 동양생명 지분 10.3%를 1990억원에 매각하면서 동시에 보고펀드에 1800억원을 출자했다.
동양그룹이 9월말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동양메이저를 구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가운데 금융 계열 동양종금증권은 현대건설 인수전에도 발을 담그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 현대그룹 증자 대표 주관 이어 FI까지..`강 건넜다`
동양종금증권(003470)이 지난달말 현대상선(011200) 증자의 대표 주관사를 맡은 데 이어 최근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전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섰다. 은행권은 물론 여타 IB들도 이런저런 사유로 현대그룹편에 서기를 꺼리는 상황에서 매우 파격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증자의 경우 동양증권을 대표로 중소형 증권사 3곳으로 인수단을 꾸려 실권주 인수 부담을 다소 줄여 놓기는 했다. 그러나 실권주 전부를 떠안아야 하는 잔액인수라는 조건과 통상 20∼30%에 비해 낮은 10% 할인율은 증권사쪽에 불리한 편이다. 동양증권이 단순 대표 주관 외에 특정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신의 부담을 떠안고 현대그룹에 자금을 대준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에서는 반가울 리가 없다. 대다수 IB들이 증자 제안을 거절한 것도 불리한 조건에 더해 현대차그룹이라는 고객과의 관계를 고려해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FI 참여는 사실상 현대그룹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양증권은 현대상선 지분과 컨테이너선 일부를 담보로 잡고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등을 통해 최대 7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하고, 1000억원 가량의 자기자본투자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당초 전략적 투자자(SI)로 영입한 독일 M+W그룹이 이탈하면서 인수전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 동양증권 역시 이런 사정을 몰랐을 리가 없고 현대그룹에서는 원군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분노는 더 커지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양이 현대상선 유상증자 대표주관을 맡은 이후 현대차측에서 동양쪽에 넣어뒀던 자금을 인출해 갔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며 "동양 입장에서 이같은 상황을 감안, 이미 현대차와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실속없는 현대차그룹 vs 일감 풍부한 현대그룹
냉정하게 평가하면 현대차(005380)그룹보다는 현대그룹편에 서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을 뽑아낼 수 있기에 부럽다는 반응이다.
현대차그룹은 재계 서열 2위이지만 IB업계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현금이 풍부해서 증권쪽과는 채권형 펀드나 MMF 외에 별 거래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HMC투자증권을 계열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HMC증권이 있는데 굳이 다른 IB하우스에 일거리를 주겠느냐"면서 또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으로 국내 IB보다는 해외 IB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 지속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나 실속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이미 각종 자금 조달에서 보듯 IB에게 풍부한 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현대건설 인수전 결과가 어떻게 끝나더라도 일거리가 나올 여지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증권은 현대그룹이 인수전에서 이기든 지든 이익을 낼 수 있다.
◇ 계산기 두드려 보면 더 큰 이익
우선 동양증권은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현대그룹과 확약서(LOC)를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000억원 가량의 확약서라면 수수료가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확약서 수수료는 결과에 상관없이 지급하는 것이기에 동양증권은 현대그룹이 지더라도 받을 수 있다.
또 동양증권은 국내에서 최강의 채권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담보로 잡고 지원키로 한 7000억원도 자신의 고유계정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ABS(자산담보부증권)나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을 발행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발행 과정에서 신용보강이 이뤄지고 소매로 파는 것이기에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동양은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할 때도 까르푸 매장을 담보로 잡고 ABCP를 발행한 적이 있다"면서 "채권 소매 영업에서는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7000억원 가량의 물량 소화에 큰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고 봤다.
지더라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는 얘기다. 현대그룹이 인수전에 명운을 건 이유중 하나는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 때문이다. 2006년 범현대가의 공격에 이은 제2차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동양은 유상증자 대표 주관을 맡고, FI로 참여한 인연을 기회로 현대그룹이 벌이는 경영권 방어전에서 각종 IB딜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
유상증자에서 발생하는 실권주를 인수해야 하는 부담 역시 경영권 분쟁 가능성 때문에 어느 정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동양이 일단 실권주를 인수한 뒤 이를 갖고 현대그룹과 범현대가그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동양증권 한 관계자는 "IB란 것은 결국 기업이 자금을 원하고,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딜이라면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현대차 눈치를 보고 하는 것은 IB업무의 본질과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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